[사설] 금통위원 자리는 전리품 아니다
입력 2010-08-11 17:42
기준금리 등 주요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가 7명의 위원 가운데 한자리를 4개월째 비운 채 운영되고 있다. 박봉흠 전 위원이 지난 4월 24일 퇴임했으나 아직 후임자가 결정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통상 한달 안에 후임이 임명돼 왔음을 감안하면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금통위원이 6명이다 보니 3대 3으로 의견이 엇갈리면 결정을 내릴 수 없고, 지난달 22일 회의는 두 명이 해외 출장을 가는 바람에 의결 정족수(5명)를 채우지 못해 연기되기도 했다. 당연히 통화정책 실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 노동조합도 그제 성명을 내고 박 전 위원의 후임을 조속히 임명하라고 촉구했다.
금통위원은 추천기관의 추천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데, 이번 추천을 맡은 대한상의측은 후보자 물색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변명일 뿐 위에서 낙점을 미루는 바람에 추천이 안 되고 있다는 게 정설이다. 들리는 말로는 이 자리를 노리는 사람이 줄을 서 있고 위에서도 챙겨줘야 할 사람이 너무 많아 결정을 못하고 있다고 한다.
그게 사실이라면 통탄해 마지않을 일이다. 기준금리 등 주요 통화정책을 다루는 금통위원은 국가경제적으로 막중한 자리다. 이를 누구에게 챙겨주는 자리쯤으로 여긴다면 그 안이한 인식을 질타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서울보증보험 사장 인선을 둘러싸고 민망한 이야기들이 나돌고 있다. 추천위원회가 이명박 대통령과 같은 동지상고 출신 현 감사를 사장에 앉히려고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설이다. 실제로 1차 공모를 무산시킨 뒤 2차 공모를 하고, 그래도 여의치 않으니 현 사장을 유임시키면서 임기를 1년으로 줄이는 이해 못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보증보험은 부인하고 있지만 주변에서는 1년 후 재시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자리들이 집권당의 전리품이라고 생각한다면 차라리 임명제로 바꾸는 것이 낫다. 굳이 공모나 추천의 모양새를 갖추려고 사람들을 피곤하게 하는 것보다 그게 정직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