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 부추기는 TV… 참을 수 없는 가벼움
입력 2010-08-11 18:42
요즘 TV에는 성형 이야기가 넘쳐난다. 한 케이블 방송은 성형 과정을 중계하는가 하면, 지상파 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은 성형 횟수를 주요 토크 소재로 삼기도 한다. 성형을 무용담이나 성공스토리처럼 대하는 방송의 태도가 성형을 조장한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요즘 지상파 방송사의 인기 토크쇼에는 성형이 단골 소재다. 출연자들이 집단 게스트 속에서 이목을 끌기 위해 선정적인 소재를 찾다보니 쉽게 눈길을 끄는 성형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다. 출연자들은 성형을 가벼운 웃음의 소재로 삼는다. 성형을 당연시하고 자랑처럼 말하기도 한다.
10일 SBS ‘강심장’에서 배우 오세정은 코를 고치느라 아빠한테 혼났고, 부모님께 여행을 간다고 거짓말을 하고는 볼 살 빼는 주사를 맞았다고 말해 좌중을 웃겼다. 지난 7일 MBC ‘세바퀴’에서 가수 제아의 멤버 황광희는 “고치려면 한번에 고쳐야 해서 돈을 악착같이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24일 이미 같은 프로그램에서 “코를 고쳤는데 부족해서 눈을 고쳤고. 그래도 만족스럽지 않아 이마까지 고쳤다”고 털어놨었다.
지난달 15일 MBC ‘꽃다발’에서는 5인조 걸그룹 LPG 멤버들이 총 27회에 달하는 성형횟수를 자랑처럼 내세웠다.
김교석 문화평론가는 “예전에는 연예인들이 성형 사실을 밝히면서도 굉장히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요즘 연예인들은 성형을 당연하다는 식으로 말한다”며 “가치관에 따라 성형에 대한 호불호가 나뉠 수는 있지만 방송이 성형 자체를 가볍게 다루면서 성형에 대한 문제점이 간과되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케이블 채널에서는 아예 성형 과정을 중계하기도 한다. SBS E!TV ‘이브의 멘토’는 연예인에게 성형을 권하고, 이 과정을 낱낱이 공개한다. 10일 방송은 ‘순풍산부인과’의 미달이를 연기했던 배우 김성은이 구강돌출, 비대칭 얼굴, 무턱, 낮은 코, 홑꺼풀 눈을 고치는 과정을 보여줬다. 이 방송에서 개그맨 심진화도 전신성형을 했으며, 가수 금잔디는 가슴과 얼굴을 성형했다.
방송은 성형을 미화하며 시청자들에게 성형을 하라고 부추긴다. 프로그램 시청자게시판에는 “나도 성형하고 싶다” “방송 후 병원에 갈까한다”는 의견이 줄을 잇는다.
윤정주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은 “요즘 초등학생들도 성형을 한다고 밝힐 정도로 대한민국은 성형공화국이다.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방송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성형을 부추기는 것은 문제다. 외모지상주의를 확산시키는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