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 경기회복세 둔화 공식인정

입력 2010-08-11 21:41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경기 회복세 둔화를 공식 인정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조심스럽지만 점진적 경기 회복세를 예상해 왔던 연준이 경기 회복 둔화를 공식 인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 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10일(현지시간) 회의 후 발표한 성명에서 “기업의 생산과 고용 부문에서 경기 회복세가 최근 몇 달간 느려지고 있다”며 “경기 회복 속도가 당초 기대보다 미흡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 4월 회의 결과인 ‘경제활동이 계속 탄탄해지고 있다’에서 6월엔 ‘완만한 경기 회복 판단’으로 조금 후퇴하더니 이번엔 경기 둔화를 공식 확인했다. 경기 전망이 조금씩 어두워지고 있는 것이다.

연준은 가계 소비지출이 증가하고 있으나 높은 실업률, 완만한 소득 증가, 낮은 수준의 가계 부(富), 경색된 신용 등에 경기 회복이 제약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은행 대출은 계속 위축되고, 기업은 고용 확대를 주저하며, 주택 착공 실적은 침체 상태에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기 회복 둔화가 “앞으로 단기간”이라는 전제를 달았다. 물가 안정 속에 점진적으로 설비 가동률과 자원 활용도가 높은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연준은 연방기금 금리를 현 0∼0.25% 수준에서 동결하고, 이 같은 초저금리 기조를 상당 기간 계속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또 보유 모기지 증권의 만기 도래분을 국채 매입에 재투자키로 했다. 따라서 출구전략으로 거론되던 통화긴축 논의는 당분간 이어지지 않고, 경기부양적인 통화정책이 주조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연준이 경기 둔화를 공식 인정하면서도 일각에서 예상했던 추가 유동성 공급 등의 과감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온건한 정책 대응으로 가는 건 시장의 불안감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 경제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 미국 경제성장률을 소폭 하향 조정하기 시작했다. 로이터 통신이 경제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망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3분기 2.4%, 4분기 2.5%로 예측됐다. 지난 7월 조사 때의 2.6%와 2.7%보다 하락한 수치다.

2010년 전체 성장률 예상치도 조금 내려갔다. 7월 조사 결과인 3.0%에서 8월 2.9%로 하향 조정됐다. 내년 성장률 예상도 2.8%에서 2.7%로 낮아졌다. 경제 전문가들은 연준의 통화 긴축이 2011년 2분기에 시작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자 코스피지수 등 아시아 주요 증시의 주가가 하락했다. 코스피지수는 11일 전날보다 22.94포인트(1.29%) 하락한 1758.19에 장을 마쳤다. 일본의 닛케이평균주가는 2.70% 급락했고, 대만 가권지수도 1.02% 떨어졌다.

안전자산인 달러에 대한 선호 현상이 강해지면서 환율은 급등했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3.50원 오른 1182.20원으로 마감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백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