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의 바둑이야기] 바둑을 두면 머리가 좋아진다

입력 2010-08-11 17:28


흔히 바둑을 둔다고 하면 “머리가 좋겠네? 나는 머리가 나빠서 못두는데…”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일반인들은 바둑 두는 사람에 대해 ‘머리가 좋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학구열이 강한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바둑의 이미지는 상당히 좋은 편이다.

‘2009 대한민국 바둑백서’에 따르면 국민의 과반수(53.3%)는 바둑이 다른 취미나 오락에 비해 상당히 유익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특히 이창호 신드롬의 영향을 받았던 30, 40대는 이런 생각이 더욱 강하다. 그래서 지금도 바둑을 정정당당한 승부를 겨루는 깨끗한 이미지로 인식하고 있다.

바둑이 유익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집중력 개발(40.3%)과 두뇌 개발(20.3%)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또 산만한 아이들의 성격이 차분해지고 인내심이 생기는 등 여러 가지 이점을 들고 있다.

이런 이유로 국민의 80% 이상은 바둑이 자녀 교육에 도움이 된다고 인식한다. 그래서 많은 학부모들은 초등학생 자녀를 바둑교실에 보낸다. 하지만 이런 인식이 옳은 지는 사실 검증되지 않았었다. 다만 다양한 사고로 생각을 많이 해야 하기 때문에 바둑을 두면 머리가 좋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느낌 뿐 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 ‘바둑을 두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내용의 연구논문이 발표되었다.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권준수 교수팀은 “바둑 전문가와 일반인의 뇌를 비교해본 결과 바둑전문가들이 집중력과 기억력, 문제해결 능력, 수행조절 능력 등을 담당하는 오른쪽 전두엽 부위가 일반인들 보다 훨씬 발달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10년 이상 바둑을 수련한 17명(프로기사 9명, 연구생 8명으로 평균나이 17세)과 바둑을 두지 않는 일반인(평균나이 18세)을 대상으로 자기공명영상(MRI)으로 뇌를 촬영해 비교한 것이다. 바둑을 오래 수련하면 뇌 영역(대뇌 전두엽, 대뇌피질)간의 연결고리가 2배 가까이 치밀해져 뇌 회로가 더 효율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는 하나의 기술을 오랫동안 수련한 장인들에게 나타나는 특성이라고 한다. 이제 바둑을 두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것이 속설이 아님이 확인되었다.

하지만 두뇌는 잠깐 바둑을 배운다고 해서 좋아지지는 않는다. 많은 학부모들이 자녀를 초등학교 때 바둑교실에 보내지만 중학생이 되면 영어 수학 등 교과목 때문에 바둑공부를 중단시키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현시대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 있다. 그래도 꾸준히 바둑을 시켜보는 것은 어떨까? 틀에 박힌 사고보다는 좀 더 다양하고 넓은 사고를 가지는 것은 물론 평생을 함께 할 수 있는 귀중한 취미 하나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김효정 <프로 2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