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버지, 빌리 그레이엄의 유산’ 펴낸 셋째 딸 루스

입력 2010-08-11 17:49


빌리 그레이엄 목사의 셋째 딸 루스 그레이엄의 사부곡(思父曲) ‘나의 아버지, 빌리 그레이엄의 유산’(한알의밀알)이 최근 출간됐다. 현재 92세의 고령으로 파킨슨병과 싸우고 있는 아버지를 향한 애틋한 마음이 담겨 있다.

루스는 어린 시절부터 세계 곳곳을 다니며 복음을 전하는 아버지의 그늘 아래서 느껴야 했던 외로움과 가족들의 희생을 담담하게 그렸다. 그러나 아버지의 고통을 따뜻한 시선으로 전한다. “가족을 주님 손에 맡기고 장기간 해외 전도여행을 떠나야 했던 아버지 역시 우리만큼이나 함께 지내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하셨다. 아버지는 편지에 ‘얘들아, 한두 시간만이라도 우리 모두가 함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 너희들의 웃음소리 우는 소리, 심지어는 싸우는 소리까지도 그립구나’라고 쓰셨다.”

세계적인 복음전도자 빌리 그레이엄 목사는 사랑하는 가족들의 곁을 지킬 수 없었다. 하나님의 일을 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이지만 그것은 희생이었다. 그의 사역이 화려하게 피어날수록 가족들의 그림자는 더욱 깊어졌다. 그녀 역시 아버지의 부재로 인해 성장기에 많은 외로움을 느꼈으며 그것은 정서적 약점이 되었다.

“십대가 되었을 때, 인생의 중요한 선택과 결정 앞에서 아버지가 필요했다. 그러나 ‘일하시는 아버지를 방해하거나 귀찮게 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기에 그저 멀리서 아버지를 바라보았고 미소 짓는 아버지를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또 그녀는 소소한 일상의 기억들을 꺼내어 너무나 유명하고 바쁜 아버지와의 관계가 미친 영향들을 솔직하고 진솔하게 이야기한다. 쉽게 만날 수 없었지만 너무나 사랑하는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사역 덕분에 인생이 바뀐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아버지의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강조하셨다. 어머니가 지구본을 놓아두셨기 때문에 우린 언제라도 아버지가 어디 계신지 확인할 수 있었다. 주일이면 아버지가 나오는 프로그램인 ‘결단의 시간’에 귀를 기울였다.”

그녀는 늘 아버지를 그리워했고 중요한 선택의 순간마다 아버지의 도움을 기대할 수는 없었지만 자신의 삶과 아버지와의 관계를 통해 하나님을 드러내는 것이 ‘믿음의 유산’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루스는 자신의 상처보다 하나님의 일을 감당하는 바쁘고 어려운 과정 가운데서도 아버지 가 보여주었던 사랑에 감사한다. “실패하고 비참한 모습으로 귀향했을 때 ‘어서 오너라’ 하고 팔 벌려 맞아주신 아버지를 통해 하나님의 신실한 사랑을 배웠습니다.” 그녀의 고백은 계속 이어져 빌리 그레이엄의 사역이 얼마나 중요했는지 또 얼마나 신실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