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술국치 100년] 전문가 좌담 전문5

입력 2010-08-10 19:46

# ‘메이드 인 코리아’ 연구 성과 나와야

-국치 100주년인 올해 과거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앞으로 계기가 없다는 의견이 많다. 정부나 국회 각 분야에 촉구하거나 각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강 의원=국회에서 입법 활동 열심히 하겠다. 위원회 끝날 때 이후 재단 설립 혹은 회기 연장 등도 정부와 상의하면서 법안 제출하겠다.

우선 한국 정부가 능동적으로 주체적으로 움직여줘야 한다. 가해자인 일본에서도 여러 움직임 있는데, 정작 당사자인 대한민국 정부는 가만히 있다. 외교부나 청와대도 가만히 있는 게 이해 안 된다. 8·15때 이명박 대통령의 격 높은 수준의 입장 표명을 기대하고 또 해야 한다고 본다. 독도 문제를 포함해서. 강제동원 피해보상 문제를 포함해서. 그리고 식민지배 성격에 이르기까지 세 가지 차원의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한다. ‘조용한 외교’하면서 과거 묻지 말자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는데, 그런 냉소주의 태도가 미래 지향의 걸림돌이다. 강제동원은 죽은 역사가 아니라 살아있는 현재 우리의 모습이다. 대통령의 식민주의 종식과 평화 실현을 위한 입장 표명을 기대한다.

△정 위원장=좁게 말하겠다. 한일 관계가 좀더 진보된 미래 지향으로 가야 한다. 일본 측 자료가 충실히 넘어오는 등 그렇게만 간다면 위원회 진상조사나 지원업무가 연착륙할 수 있다. 그러나 현 단계에서는 특히 노무자 분야에서는 경착륙될 수밖에 없다. 분명히 동원된 것은 틀림없는데 자료가 없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판정불능이나 기각으로 해가지고 지원을 못 받게 된다. 또 하나의 사회 불만이 남을 수밖에 없다. 국회든 재야든, 정부에도 건의하겠지만, 진상규명이든 피해조사든 지원업무든 한일 관계에서 한걸음만 나가면 걸림돌 치울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본다.

△김 교수=정부 역할을 여러 번 이야기 했는데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말씀드리고 싶다. 지금까지 보면 한국 정부가 자국민 강제동원 피해에 대해 제대로 입장 표명을 한 적이 별로 없다. 국권 침탈 100주년을 맞이해서 두 번 다시 이런 일 일어나선 안 된다는 취지에서 철학이 담긴 방법론을 좀 정부가 제안했으면 좋겠다. 국내적 선언이기도 하고, 대일관계에서도 강하게 표명했으면 한다.

이와 관련, 2005년 일본 정부와 협의체 만들어서 조사 벌였던 희생자 유해 찾는 작업이 있다. 이 부분이 거의 묻혀있다. 군인 군속 희생자 유골만 들여왔다. 이는 일본이 사실 전에부터 털고 싶었던 부분이다. 노무동원 유해는 2005년 이후 일본 정부가 대대적으로 조사했는데, 그 이후 진전이 없다.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입장이 없다. 일본 정부가 진척이 없으면 한국 정부가 왜 진척 없냐고 재촉을 해야 한다. 최소한 희생된 분들의 유해라도 제대로 규명함과 동시에 격식을 갖춰 가지고 들여올 수 있도록 작업이 진행되야 한다.

학계에서는 좀더 이 분야 연구 축적이 다양하게 이뤄져야 한다. 연구가 많이 필요한데, 무엇보다 기초적 연구에 중점을 둬야 한다. 동원된 사람이 도대체 몇 명이냐에 대해서도 아직까지 여러 설이 있을 정도다. 총 동원된 수가 몇 명인지에서 대부분 일본 연구를 인용하고 있다. 분야별로 노무자는 몇 명, 군인 군속 몇 명, 지방별 사망자별 부상자별 인원수와 미수금 등등. 통계적으로 어떻게 됐는지 좀더 면밀하게 연구돼야 한다. 그런데 이런 연구는 개인이 다하긴 힘든 부분이다. 정부차원에서 공동연구 하도록 여건을 마련해 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일본인 학자들의 설을 원용하지 말고 기초연구 철저하게 해서 ‘메이드 인 코리아’의 연구와 통계가 나오기를 그런 환경조성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최 변호사=강제동원 문제 해결은 동아시아 공동체를 만드는 작업이다. 공동체는 신뢰관계가 있어야 한다. 그려려면 일제 침략 및 전쟁으로 상처입은 피해자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동아시아 공동체는 안 된다. 그게 없으면 대동아공영권 만들자는 것이다. 일제 피해자 문제는 이래서 결국 미래지향적 문제다. 한국 정부도 길게 보고 장기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일본 정부도 단순히 반성해야 한다는 부정적 차원의 접근에서 벗어나야 한다. 동아시아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더 할 수 없이 귀중한 소재라고 생각해야 한다. 동아시아 공동체 평화 건설 비용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일본 사회의 민주화, 동아시아의 민주화로 생각해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언론 역할도 중요하다. 국민가수, 국민배우 이런 게 있는데. 언론도 국민일보다. 이름도 잘 지어 놓았다. 국민일보가 언론으로서 큰일을 해줘가지고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 전범기업의 책임 문제 조명 돋보여

-본보 시리즈에 대해 평가해 달라.

△최 변호사=국민일보에서 이렇게 시리즈를 하니까, 제일 좋아하는 사람들이, 우리 일제 피해자들이다. 자기들 이야기니까. 우리나라에서도 우리를 이렇게 다루어 주는 신문이 있구나 한다. 이분들이 우리나라에서 거의 2등 국민 취급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별법 만들때도, 일제 피해자들이 2003년 8월에 청와대 앞에서 국적 포기 선언을 했다. 집단적으로. 스스로 이 나라 국민임을 포기하겠다고 했다. 젊은 사람들이 국적 포기를 한다면, 군대 안가려 한다고 하지만, 이분들은 나라가 없어가지고 온몸으로 나라의 중요함을 느끼신 분들이다. 국적 포기 선언을 하겠다는 것은 그만큼 이분들이 이등국민 내지는 국민으로 대우를 못받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자기들 이야기가 국민일보를 통해서 죽 시리즈로 나오니까. 정말 감격을 해서 읽고 또 읽었다. 피해자들 단체에서는 국민일보에 상을 하나 드려야 하지 않느냐, 그런 이야기까지 하고 있어서. 저는 참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강 의원=국회에서 상주겠다. 하하. 그 좀 이상한게. 일본 언론도 일본 정부도 100주년 맞이해서 준비를 하고, 일본 정치인들도 움직이고 하는데. 한국 정부는 좀 이상하다. 조용한 외교인지. 자극하지 않는 건지. 국회 예산도 지난해 예결위에서 심하게 질책했는데. 6·25 50주년은 몇 백 억이 책정됐는데. 국치 100년은 한 푼도 없다. 어떻게 이럴 수 있냐. 이명박 대통령과 이재오 의원도 계시는데 뭐 이럴 수 있느냐. 한일회담 반대 데모했던 사람들인데.

언론도 마찬가지다. 6·25 시리즈는 크게 하면서 국치 100년 관련 유일하게 관심 가지고 해 준 것은 국민일보 하나뿐이다. 왜 이렇게 언론과 정부에서 국치 100년인데 관심 없는지. 잘 이해가 안 된다. 가해자 일본보다 관심이 없다. 학계와 엔지오 등 대대적 행사해야는 데. 캠페인 해야 하는 데. 전혀 없다.

국회에서 몇몇 의원들이 성명서 발표했다. 다음주 한일관계 관심있는 여야 의원들 모아서 공동 성명을 발표하려 한다. 좀 안타깝다.

△김 교수=종래 구태의연한 기획에 비해서, 동원의 주체인 기업에 초점을 맞춰서 이렇게 시리즈 한 것은 처음으로 알고 있다. 국내에서 조금씩 연구 되곤 있지만, 실제 한국 청년들을 데려가고 현장에서 사역시키고 해방 직후 별다른 처우 없이 돌려 보내고 하는 모든 직접 책임은 기업에게 있다. 물론 일본 정부는 큰 틀에서 체제를 만들었지만, 기업의 책임 집중 조명한 것이 상당히 의미가 있다. 기억에 좀 남는 것은 다른 시리즈와 달리, 국내 동원 작업장도 밝힌 건 아주 획기적이다. 관심 많이 가졌다.

△정 위원장=위원회에서는 피해자에 대한 직접적 정부 지원해드리는 입장이다. 국치 100년 맞이해 사회에서 관심이 좀 높아지고, 해결 안된 분야에서 진보된 해결방안이나 그런 노력 보였어야 했는데, 전혀 보이지 않아 아쉽다.

그런데 국민일보에서 이런 기획 시리즈 해줬다. 국민일보 취재팀은 실제 체험 많이 했다. 막연히 남 이야기 듣고 기사 쓴 게 아니다. 직접 현장 갔다. 시간을 돌려 우리가 과거로 갈 순 없지만 최대한 그 장소와 시점으로 가서 돌아보신 게 아닌가 한다.

기획의 기법이 참신했다. 아쉬운 것은 대안 제시해 주셨는데. 조금 더 이 분야 심층적 연구가 될 수 있게. 국회에서 예산 지원이라든가, 아님 입법 지원 해줄 수 있는 모멘텀이 됐으면 한다.

위원회는 할 일 하겠다. 그런데 정부 기관이라고 하는 것은 예산과 조직에 있어 제한이 있다. 우리 위원회는 또 한시적이다. 미완의 숙제를 많이 남길 것 같다. 그 숙제를 앞으로 어떻게 풀 것이냐에 대해서 요번 국민일보 기획에서 방향 제시 해주신 것 높게 평가하고 싶다. 정리=특별기획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