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술국치 100년] 전문가 좌담 전문3

입력 2010-08-10 19:45

# 일본 정부가 보내온 공탁금 문서도 부실

-중요한 것은 한국 정부의 의지다. 정부 차원에서 기금 및 보상과 사죄를 촉구할 방법이 있는가.

△정 위원장=당장 현실적 문제가 있다. 위원회가 23만명에게 피해조사 신청을 받았는데 그중 16만명이 노무자다. 군인 군속이나 위안부는 일본 정부가 관련 기록 관리를 잘 해왔고 지금 90%까지 처리했다.

문제는 노무자다. 반도 못했다. 왜냐하면 국내에도 기록이 없고, 일본 기업은 아예 자료가 없다고 하고. 일본 정부는 개별 기업이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한다. 일본 정부는 기업이 제출한 노무자 공탁금 명부나 후생연금 명부 등 2차 자료만 주고 있다. 그래서 위원회가 2차 자료를 가지고 1차인 노무자 명부를 그리고 있는 거다. 그런데 한계가 있다.

결과적으로 우리 정부가 피해자에게 지원하고 싶어도, 근거가 없어서 지원을 못하는 곤란한 상황이다. 그래서 고차원적인 재단 설립이나 기금 마련 이전에 특히 국회 차원에서 일본에 촉구해 달라. 자료를 좀 달라고. 후생연금 명부가 됐든 노무자 공탁금 명부가 됐든, 기초적 자료라도 일본 정부에서 제대로 제공이 될 수 있도록 여건 성숙이 필요하다. 위원회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힘들다.

지난 3월 일본 정부가 노무자 공탁금 명부를 보내왔다. 17만 5000여명 분을 받아서 저희들이 데이터베이스 구축 및 분석 작업을 같이 하고 있다. 1차 분석을 해 보니까 기존 보유했던 군인 군속 공탁금 명부와 일치하는 게 약 10만명이다. 그러니까. 실질적으로 넘어온 노무자 명부는 7만5000명에서 7만명 정도인 셈이다.

△김 교수=이 대목에서 한국 정부가 역할을 좀 해야 한다. 70년대부터 일본 정부로부터 강제동원 관련 자료들이 몇 차례 국내로 들어왔으나 체계적 분석을 잘 못했다. 자료들이 점점으로 흩어져 있는 거다.

17만 여명이란 노무동원 자료라는 숫자는 우리가 아는 것보다는 터무니없이 작다. 일본 정부가 당시 제국 의회에서 보고한 자료, 일본 국회 자료에서 보더라도 1945년까지 노무자 동원된 사람이 약 80만명이라고 나와 있다. 거기에 군인 군속을 더하면 100만 명을 훨씬 넘는다.

태평양전쟁 직후 연합군사령부(GHQ)의 일본 통치기에, 전국적으로 사업장을 조사하라고 해서, 후생성을 통해 조사한 적이 있다. 노태우 정부때 한국에 이 후생성 명부가 전해졌다. 그런데 거기에도 딱 6만여명 뿐이다. 무슨말인고 하니, 일본 정부도 본격적으로 강제동원을 체계적으로 조사를 한 적이 없다는 거다.

일설에 의하면 노동자 동원과 강제 사역이 전범재판에 회부된다고 해서, 많은 일본 기업이 자료를 불태웠다고 한다. 증언으로도 나와 있다. 은폐 소멸 유실된 부분이 많지만, 일본 기업이 그렇다 하더라도, 이 부분에서 한국 정부는 일본 측에 자료의 어디가 빠졌다, 여기에 왜 빠졌냐를 지적할 수 있어야 한다.

일본이 2차 대전 당시 총동원 체제하에서 동원을 한 시스템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기본적으로 동원 계획은 일본 정부가 세운다. 1943년에는 군수성을 직접 만들기도 한다. 중앙 정부가 세운 인원 계획을 가지고, 조선에서 얼마 일본 국내에서 얼마 하고 나눠, 조선총독부에게 내려간다. 총독부는 기업 신청을 받아서 지역을 할당했다. 중요한 것은 일본 정부가 다 기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어느 기업에서 몇 명을 데려갔고, 몇 년도 어느 지역에서 데려왔다는 것을 후생성 안에 저는 자료가 다 있다고 본다. 기업들이 노동자를 데려오면, 전체 동원 시스템 아래서 행했기 때문에 기록이 있을 수 밖에 없다. 기록 없앴다 하더라도 지방 경찰들이 기록을 가지고 있다. 강제동원 조선인을 데려오면 상황이나 인원을 반드시 신고하게 돼 있다.

이런 동원의 시스템을 이해한다면 일본 정부에 이런 이런 자료가 있을 것이라고 한국 정부가 지적을 해 줘야 한다. 노무자 동원이 이만큼 인데, 요것 밖에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되므로 이런 쪽 자료를 더 확보해 달라고 일본 정부에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한다. 빠진 부분을 정확하게 지적해서 요구를 하면 일본 정부도 무시를 하지 못할 것이다.

△최 변호사=국민일보에서도 바람직한 대안으로 기금을 이야기 했다. 구체적으로 기금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과 현실성을 마련하려면, 일본 정부나 기업에 법률적 책임이 남아있다는 것을 치밀하게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남은 건 자료 문제이다. 구체적으로 미쓰비시 중공업과 근로정신대 피해자들 문제를 두고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생각해보자. 들리는 이야기로 미쓰비시 중공업은 그 당시 근로정신대로 끌려간 피해자들하고 일괄적으로 화해를 해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고 한다. 그럴 경우 과연 미쓰비시 중공업에 여자근로정신대로 끌려간 피해자가 몇 명인지에 대해 당장 자료가 필요하다. 제일 좋은 것은 미쓰비시 중공업이, 자신들이 끌고 간 것이니까, 자기들 장부 등 자료 내놓으면 좋은데. 미쓰비시가 그까지 해주겠느냐. 또 미쓰비시는 전쟁으로 소실 됐다고 이야기할 가능성이 많다.

그럼 자료를 안내놓을 때 우리는 대신 내놔야 한다. 강제동원 조사위원회 만들어져 5년 됐으니까. 준비를 해야 한다. 실무적 역량도 비축됐다. 후생연금 명부라는 게 있다. 거기에 기업체 근무했던 기간이라든가 돈들 이런 부분이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의 후생연금 명부에 미쓰비시 중공업의 근로정신대 부분을 내놓으라고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에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일본 정부는 공탁금명부는 내놓으면서 현재 후생연금 명부는 내놓지 않는다. 이유는 99엔 사건 같은 후생연금 탈퇴수당 같은 문제가 불거질 여지가 많다. 즉 일본 정부 책임이 나올 방대한 부분도 있고, 기업관계도 충분히 고려하는 것으로 저는 본다.

또 당시 협화회를 통해 일본 경찰이 미쓰비시 중공업 노무 관련 여러 보고를 했을 가능성이 많다. 후생연금 명부로도 안되면, 당시 일본 내무성이 가지고 있던 조선인 동원관련 협화회 자료를 제공하라고 압박해야 한다. 그래야 미쓰비시 중공업 입장에서도 포괄적으로 기금 이야기를 꺼내기가 쉽다.

그런데 지금같이 아무런 자료도 없는 상황에서는 미쓰비시가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도 근본적인 한계가 있는 것이다. 다행히 강제동원 조사위원회에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끌려간 사람이 41명 신고해서 그중 생존자가 31명이라고 하는데. 41명에 관해서는 미쓰비시 중공업과 협의를 할 수 있는 단초를 만들었다.

미쓰비시 중공업이 끌고 간 것이 근로정신대만 끌고 간 것이 아니다. 수많은 징용공들을 끌고 갔다. 끌려간 나머지 피해자들에 대해서도 우리가 유인을 할 수 있다. 그게 해결되면 또 신일본제철 등 다른 회사로도 확장을 할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도 우리 강제동원 조사위원회가 해야 할 일이 이 시간부터 많아졌다.

# 국내동원 지원문제 포함돼야

-우리 정부의 문제도 적지 않다. 한반도 국내동원은 지원 대상에서 빠졌고, 미수금에 대한 ‘1엔=2000원’ 환산 방침에 대해서도 지적이 있다.

△정 위원장=사실 미쓰비시 중공업 41명은 현재 진상조사가 끝난 것만 41명이다. 나머지 처리 하지 못한 것 안에 얼마나 더 있는지는 아직 모른다. 전체 조사가 끝나고 나면 41명을 초과하는 피해자가 나올 것이다. 그것은 내년 2월28일 이후에야 전체 규모 파악이 가능할 것이다.

‘1엔=2000원’은 국회가 입법 과정에서 당시 물가 상승률과 환율 문제로 인해서 결정한 것이다. 서울고등법원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해서 현재 계류 중이다. 만일 위헌 판결이 나온다면 위원회에서 새 기준 마련해서 국회에 승인을 받아 조치하려 한다. 국내동원 지원 문제도 사실상 입법 사항이다. 국외 강제동원자만 지원하도록 국회가 법을 만들었다.

△김 교수=언젠가는 국내동원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고 본다. 국민일보 시리즈에 새로 보도됐지만, 한국 국내에 미쓰비시 미쓰이 등 작업장이 다 들어와 있었다. 북쪽에는 특히 신흥 개발지역이 많아서 발전소 공장 등 대규모 공사가 많았다. 일본 총동원 체제 하에서 한인 청년들이 해외뿐 아니라 한반도 내에서도 동원된 거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국내동원도 전시동원의 한 부분이다.

‘1엔=2000원’ 건은 이전 연구를 해본 게 있다. 도쿄를 중심으로 1940년대 초와 2000년대 초를 비교해 보니까 물가 변동이 최소 1700배다. 여기에 환율까지 생각해야하니까 훨씬 많은 배수가 돼야 한다. 기왕에 정부가 지원을 한다면 성의를 들여 제대로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