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교회 창립 30주년 기념… ‘피노키오’ 리허설에 가보니
입력 2010-08-10 18:36
“우리 아들 피노키오를 찾습니다. 바짝 마른 팔다리에 키는 조그맣고 커다란 눈을 가진… 세상에서 하나뿐인 내 아들, 내 사랑, 내 전부 피노키오!” 여우와 고양이의 꾐에 빠져 집을 나간 피노키오를 찾는 제페토 할아버지의 애절한 노래를 기점으로 리허설이 점점 클라이맥스로 치달았다. 피노키오를 부둥켜안고 절규하는 장면에서 제페토 역 배우가 진짜 눈물을 펑펑 쏟았다. 이를 지켜보던, 배우 중 가장 어린 여덟 살 슬기가 “우왕∼” 하고 울음을 터트렸다. 그 바람에 배우들은 잠시 휴식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슬기는 두세 살 많은 언니들에게 안겨 훌쩍이다 울음을 그쳤다.
오는 12, 13일 오후 4시와 7시30분 서울 명일동 명성교회 월드글로리아센터 언더우드홀에서 총 4회 공연을 펼칠 명성교회 창립 30주년 기념 뮤지컬 ‘피노키오’의 연습 현장이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공연이다. 지난해에는 한 차례 무료 공연에 교인과 지역주민 4000여명이 대성황을 이룬 터라 올해는 네 차례로 늘리고 관람료 2000∼5000원을 받아 기부하기로 했다.
지난 9일 오후, 밤이 점점 깊어지는데도 월드글로리아센터 구석마다 모인 사람들은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연출자와 안무가가 날카롭게 지켜보는 가운데 초등학생부터 30대까지, 기성 배우부터 ‘생초보’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배우들은 뛰고 또 뛰고, 목청껏 노래했다.
이들은 100% 명성교회 교인이다. 지난해에는 연출 각색 등에 외부 전문가가 참여했는데 올해는 교회 문화선교학교가 주도하고 있다. 연출 조연출 안무 각색 의상 작곡 등 담당자와 배우 일부는 해당 분야에서 이미 활동 중인 프로이긴 하지만 경험이 많지는 않은 젊은이들이다. 전체의 70%는 아마추어다. 안무 담당 임인경(31·여)씨는 “무대에서의 움직임, 시선처리까지 다 처음부터 가르쳐야 하는 배우가 많아 쉽지 않다”면서도 “프로 극단에서와 똑같은 마음가짐으로 지도한다”고 했다. 이들의 지향점은 ‘교회 발표회’가 아닌 프로 공연이기 때문이다.
비기독교인도 즐길 수 있도록 극에는 ‘예수님’ ‘십자가’ 등이 직접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복음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각색의 오은주(27·여)씨는 “이번에 알았는데 피노키오의 원작자가 기독교인이더라”면서 “원작에 이미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가 엿보이지만 여기에 로마서 5장 8절을 토대로 ‘피노키오가 진짜 사람이 되려면 희생하고 헌신하는 진짜 사랑을 알아야 한다’는 내용으로 각색했다”고 설명했다.
피노키오 역에 성인 배우와 더블캐스팅된 최수아(11·서울 대명초5)양은 처음부터 끝까지 출연하기 때문에 연습 때도 쉴 새가 없다. 2년 전 KBS 국악동요제에서 대상을 탄, 노래 실력은 검증된 어린이지만 춤추고 연기하며 노래하기는 처음이다. “꽤 부담이 된다”면서도 “같은 반 친구, 시골 사시는 친척들이 전부 보러 오시기로 했다”면서 열의를 불태웠다. “그중에 교회 안 다니는 사람들도 많은데 이 공연을 보고 감동받으셨을 때 전도할 거예요.”
언더우드홀에서는 밤 10시가 넘어 무대 설치가 끝났다. 예상보다 크고 멋지게 나온 세트에 탄성을 지른 배우들은 다시금 힘을 내 리허설을 이어갔다.
어찌 보면 교회 내의 자원을 활용해 손쉽게 뮤지컬 한 편을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교회의 공간, 인력이 없었다면 두 달여의 기간, 3000여만원의 예산으로는 턱도 없었을 작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참가자들은 모두 올해로 10년차를 맞은 명성교회 문화선교학교 드라마·뮤지컬스쿨 등에서 배우고 활동해 온 이들이다. 어린이 청소년들이 꿈을 이루도록 교회가 지원한 결실이 다시 교회로 돌아오고 있는 셈이다.
연출가 채정우(32)씨는 “모두 하나님 일에 쓰임받는 것을 기뻐하기 때문에 좋은 공연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02-440-9076).
글·사진=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