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규모 120조 36건중 정상추진 ‘5건’… PF사업 뿌리째 흔들린다
입력 2010-08-10 21:41
민·관 합동 방식의 대규모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이 잇따라 좌초위기에 내몰리면서 부동산 시장의 또 다른 암초로 떠오르고 있다. 사업이 무산될 경우 건설·주택시장뿐만 아니라 지역경제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전문가들은 “사업 리스크 관리와 사업조정기구 설립 등 공모형 PF사업의 전면적인 구조개편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에 돈줄 막혀=10일 대한건설협회 조사에 따르면 현재 전국적으로 진행 중인 공모형 PF사업은 모두 36건으로 사업 규모만 120조원에 달한다. 이 중 7건은 유찰 또는 계약 해지됐고, 24건은 사업이 일시 중단되거나 사업협약을 변경하는 등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당초 계획대로 추진 중인 사업은 5건 정도에 불과하다.
사업 상당수가 삐걱거리는 가장 큰 이유는 ‘돈줄’이 막혔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의 장기 침체로 사업성이 떨어지면서 금융권이 자금 지원을 꺼리고 있는 것. 금융사들은 담보나 시공사의 지급보증을 요구하고 있지만 건설업체들은 “시공사들만 자금조달 책임을 떠안는 건 불합리하다”며 지급보증을 거부, 사업이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상황이다. 31조원 규모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과 판교 알파돔시티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일산한류우드 1구역’ 사업과 ‘파주운정 복합단지개발사업’ 등도 토지대금 조달이 막힌 데 이어 참여사 간 갈등이 불거지면서 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무리한 사업 추진도 발목을 잡았다는 지적이다. 건국대 부동산학과 이현석 교수는 “무산 위기를 겪고 있는 사업 상당수는 부동산 경기가 좋았을 당시 대규모로 일으킨 것”이라며 “부동산 경기 호황만 믿고 사업성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데 따른 부작용은 이미 예고된 것”이라고 말했다.
◇“공모형 PF사업 구조개편 시급”=건설협회 강해성 SOC민자사업팀장은 “단기적으로 사업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용적률을 높이거나 사업협약 변경, 토지대금 납부 일정 등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사업 발주처가 공기업인 경우 이 같은 조치가 자칫 특혜 시비를 부르거나 형평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쉽지 않은 결정이라는 반론도 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사업성 재평가와 속도조절, 사업 리스크 분산 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를 위해서는 참여사마다 일정부분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 현행 공모형 PF사업 상당수는 사업의 출자 규모에 따라 리스크를 분담하는 구조가 아니라 ‘시공권’을 명목으로 건설사가 지급보증 방식으로 부담을 떠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연구위원은 “이 같은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공모형 PF사업을 총괄하는 ‘제3의 조정기구’를 설립할 만하다”고 제안했다. 정부 주도의 조정기구를 통해 출자사 등 이해당사자 간의 의견을 조율하고 사업의 우선순위와 단계별 자금조달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밖에 사업의 단계·블록별로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과 공모형 PF사업 전반을 총괄하는 관련법 제정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공모형 PF사업은 건설사 등 민간사업자를 공모로 선정하고, 민간과 공공기관의 공동출자로 ‘프로젝트 회사’를 설립해 개발을 추진하는 민관 합동 사업이다. 민간은 아이디어와 자본을 대고 공공은 토지를 제공하는 게 일반적이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