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닥다닥 붙은 객실벽 합판 패널 못쓴다… 새 건축법 시행령 확정 고시원 어떻게 달라지나
입력 2010-08-10 18:19
고시원은 원하는 기간 동안 싸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머니가 가벼운 학생 등에게 인기가 높다. 하지만 좁고 밀폐된 구조인데다 벽체도 얇은 합판 패널로 돼 있어 화재에 취약한 치명적 단점이 있다. 좁은 공간에 많은 이들이 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대규모 인명피해가 날 우려가 큰 셈이다.
고시원 화재로 인한 피해를 막고자 앞으로 고시원을 새로 짓거나 기존 건물을 고시원으로 용도 변경하려면 기둥과 경계벽 등을 화재에 안전한 내화구조로 지어야 한다. 정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건축법 시행령 개정안을 10일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국토해양부는 시행령을 다음주 중에 공포, 시행할 예정이다.
◇고시원 실태는=서울의 대표적 고시원 밀집지역인 신림동 일대. 고시원의 화재 예방 시설은 월세에 따라 천차만별이었다.
고시원은 각 방마다 소화기와 휴대용 비상조명등, 경보설비 등 화재예방 시설을 갖춰야 한다. 월 40만원 이상인 비싼 고시원은 화재시설은 물론 CCTV 여러 대를 설치, 완벽한 안전을 자랑하지만 월세가 낮아질수록 시설은 부족해진다. 기본적인 화재 예방 시설을 갖춘다고는 하지만 싼 가격이 우선하다보면 화재예방 시설은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일쑤다.
고시원 주인들은 “화재감지시스템을 갖췄고 화재보험에 가입됐다”고 입을 모아 말하지만 정작 비상구 표시가 없는 곳이 수두룩했다. 소화기가 있더라도 장롱 위 높은 구석에 설치되는 등 무늬만 설치된 곳도 많았다. 일부 고시원은 비상구가 사다리로 돼 있어 화재를 피하려다 오히려 더 다칠 수 있을 정도였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김영수(27)씨는 “불이 나면 죽겠구나 하는 생각을 가끔 한다. 사정상 고시원에 머물고 있지만 하루빨리 시험에 합격해 떠나고 싶다”고 털어놨다. 전재현(27)씨 역시 “고시원은 방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복도가 좁지 않느냐”며 “불이 나면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역 뒤쪽 고시원 일대도 사정은 비슷하다. 편입학 학원에 다니는 박모(25)씨는 “지난 번 있던 고시원엔 방마다 비상 손전등이 있지만 작동하지 않는데다 소화기도 없었다”며 “불이 날까 걱정돼 조치를 취해달라고 했지만 주인의 조치가 없어 결국 더 비싼 곳으로 옮겼다”고 말했다.
◇어떻게 개선되나=지금까지 고시원의 각 방을 나누는 경계벽은 별도 기준이 없던 탓에 얇은 합판 패널을 주로 썼다. 화재에 약하고 옆방 소음이 그대로 들리지만 값이 싸 업주들이 선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철근콘크리트 벽은 두께 10㎝ 이상, 벽돌 벽은 19㎝ 이상으로 하거나 전문기관이 내화 성능을 인정한 패널 구조를 써야 한다.
불이 나면 건축물이 변형, 붕괴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감안해 바닥면적 규모가 400㎡ 이상인 고시원은 내력벽과 기둥, 바닥 등을 내화구조로 만들어야 한다. 또 6층 이상 건물에 고시원이 들어서려면 유독가스 등 연기를 외부로 배출하는 설비가 의무 사항이 됐다.
개정안은 또 다가구주택, 조산원 등과 복합용도로 짓는 것을 금지했다. 화재가 발생했을 때 신속한 대피가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고시원은 서울에 3738곳, 경기 1214곳 등 전국에 6126곳이 있으며 특히 20% 이상은 조산원이나 다가구주택과 같은 건물에 들어서 있다.
김도훈 기자, 노자운 선미경 이근희 대학생 인턴기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