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NLL 남쪽 포격에 무대응 왜?… 軍, 탄착지점 찾느라 허둥지둥 교전수칙과 배치

입력 2010-08-10 22:10

북한의 해안포 도발에 대해 우리 군이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북한이 전날 해안포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남 우리 측 수역을 향해 발사했음에도, 군이 대응사격을 하지 않아 대비태세의 허점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군은 천안함 사태 이후 북의 도발행위가 있을 경우 즉각 대응, 현장에서 종결하겠다고 여러 차례 천명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군은 주저하다가 반격의 기회를 놓쳤다.

◇북한 전략에 말렸나=북한은 이번에도 우리 군의 허점을 교묘히 이용했다. 북한군은 9일 오후 5시30분부터 3분간이라는 짧은 시간에 해안포 10여발을 NLL 남쪽 백령도 인근으로 발사했다. 북측 해안포는 정확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NLL 남쪽 1∼2㎞ 지점에 적지 않은 포탄이 떨어졌다는 것은 우리 해역을 조준, 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군은 이때 탄착지점을 알려주는 물기둥을 촬영하지 못했다.

군이 기습적으로 이뤄진 백령도 인근 발사 상황에 대해 ‘도발성’ 여부를 검토하는 동안 북한은 연평도 인근을 향해 또다시 해안포를 발사했다. 22분에 걸쳐 100여발을 쐈다. 연평도 부대는 영상장비를 통해 탄착지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1발을 제외하고는 모두 NLL 선상 북측 해역 근접 지역에 떨어졌다.

군은 백령도 인근과 달리 탄착지점은 바로 확인했지만, 이번엔 경계 식별이 쉽지 않은 해상 500m를 단 1발이 넘은 것을 ‘명백한 군사 도발’로 봐야 할지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이 우리 군이 바로 대응하기에 애매한 회색 지대를 노린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 군의 뒷북 대응 논란=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의 해안포 발사에 정상적으로 대응했다고 해명했다. 군이 세 차례 경고방송을 했으며, 이후 추가도발이 없어 대응사격을 자제했다는 것이다. 합참 관계자는 NLL 인근 도발의 경우 경고방송을 한 뒤 추가사격이나, 도발이 있으면 대응사격에 나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NLL과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 시행되는 우리 군의 교전수칙과도 배치된다. 군은 NLL과 MDL 일대에서 북한이 도발할 경우 ‘비례성과 충분성’의 원칙에 따라 대응한다는 교전수칙을 정해놓고 있다. 즉, 북한이 1발을 사격하면 우리 측은 3발 이상 대응하고, 필요하면 사격지점까지 격파하도록 돼 있다.

정부 일각에서는 북한의 해안포 발사가 의도적인 것이 아니었다는 시각도 있지만, 군은 ‘명백한 의도성을 지닌 도발’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군은 현장에서 즉각 처리하는 기민한 대응을 하지 못한 셈이다. 군 소식통은 “북한이 위협을 말로만 하지 않고 행동으로 보여줬다”면서 “우리 군도 확고한 대비태세를 행동으로 보여줬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군의 신중한 대응에는 더 이상 한반도에서 불필요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켜서는 안 된다는 정부 내 기류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