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활용도 커지는 ‘구글 어스’… 북한 잠수함 기지·호화판 김일성 생가 모습 드러나
입력 2010-08-10 21:49
재정 적자에 시달리던 그리스 정부가 구글 어스(Google Earth·전 세계 위성사진을 보여주는 컴퓨터 프로그램)로 부유층의 탈세 현장을 적발했다. 그리스 국세청이 구글 어스를 이용해 아테네 근교를 조사한 결과, 모두 1만6974개의 수영장이 딸린 별장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주민들이 자진 신고한 수영장은 324개뿐이었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지난 6일 구글 어스가 정치에 이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뉴욕 주정부도 구글 어스를 이용해 숨겨진 수영장 250여개를 찾아내 7만5000달러의 벌금을 받아냈다.
구글 어스에서 특별한 관심을 받는 지역은 북한이다. 지난 3월 천안함 사건 직후 구글 어스에 찍힌 북한의 잠수함 기지 사진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최근엔 김일성 생가 사진이 이목을 끌고 있다. 인공호수와 공원이 조성된 초호화 시설은 물론이고, 주변의 잘 정리된 가정집의 숫자는 김일성과 김정일의 생일과 일치한다고 FP는 전했다. 북한의 핵개발 지역과 공군기지, 지대공 미사일, 비밀벙커도 구글 어스를 통해 공개됐다. FP는 “북한이 위성 카메라를 의식해 무력을 과시하는 차원에서 군사시설을 공개했을 수 있다”며 “실제로 전투기가 날 수 있는 연료가 있는지는 두 번째 문제”라고 지적했다. 미 공화당의 샘 브라운벡 상원의원은 2008년 구글 어스에서 찾은 북한 강제수용소 사진을 공개하며 “구글 덕분에 이제 강제수용소의 존재를 더 이상 부인할 수 없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구촌의 여론을 움직이는 사회운동가들도 구글 어스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파푸아 뉴기니 정부가 2006년 해수면 상승으로 카터릿섬의 주민을 대피시키자, 환경운동가들은 지구온난화의 증거라고 주장했다. 구글 어스를 통해 이 섬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비교할 수 있다.
홀로코스트 기념관은 구글 어스의 수단-소말리아 지역에 다르푸르 학살로 사라진 마을을 표기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 결과 지난 3년간 모두 3300여개의 마을이 사라진 것으로 밝혀졌다.
베트남 외교부는 지난달 구글에 항의 서한을 보냈다. 베트남과 중국의 국경지역을 찍은 구글 어스의 사진에 베트남 주민이 사는 지역을 중국 영토로 표시했다는 것이다. 구글은 공식 사과하고 표기를 수정하겠다고 약속했다. 캄보디아 정부도 지난 3월 같은 이유로 프레아비히어 사원이 태국 영토에 있는 것으로 표기됐다고 구글에 항의했다. 영토 분쟁에선 구글 어스의 표기가 불리한 증거로 활용될 수 있어 해당 국가들은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FP는 전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