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CNG 버스 사고 “연료통 자체가 터지면서 폭발 일어난 듯”
입력 2010-08-10 22:05
서울 행당동에서 9일 발생한 압축천연가스(CNG) 시내버스 폭발 사고는 연료통인 CNG 용기 자체 결함 탓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들은 허술한 안전기준이 초래한 인재라고 지적했다. 관할 부처인 지식경제부와 국토해양부는 소관이 아니라며 책임을 미루고 있다.
◇“연료통 결함인 듯”=서울 성동경찰서는 10일 “연료통 자체가 터지면서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폭발 당시 불꽃이 없었던 점으로 미뤄 방전에 의한 폭발은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경찰은 장안동 차량정비창에서 사고 차량을 정밀 감식했다. 감식에는 경찰 과학수사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한국가스안전공사, 서울시 등의 차량·가스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했다.
감식 결과 폭발한 연료통 연결 부위에서는 폭발로 이어질 만한 문제점이 나타나지 않았다. 경찰은 연료통 자체에 문제가 있었을 것으로 보고 연료통 결함과 제조불량 여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연료통에 생긴 균열이나 엔진까지 가스를 전달하는 파이프, 연료통 이음새 등에서 새어나간 가스가 뜨거운 온도와 만나 폭발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았다.
◇겉핥기식 안전점검=서울시는 다음달 말까지 서울시내 모든 CNG 버스의 연료통 불량 여부를 점검할 계획이다. 하지만 2007년 12월 경기도 구리, 2008년 7월 충북 청주, 지난해 7월 전북 익산 등에서 폭발한 버스용 CNG 용기는 모두 그 전에 있었던 폭발 사고 직후 정밀 점검을 거친 제품이었다.
더욱이 폭발한 CNG 용기는 모두 정기 안전검사를 받았던 제품이어서 검사가 형식적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CNG 버스는 1년마다, 5년 이상 된 차량은 6개월마다 교통안전공단 산하 검사소에서 검사를 받는다. 정기검사는 가스 누출 여부만 검사할 뿐 연료탱크의 부식 가능성 등 연료계통에 대한 정밀 진단은 없다. 한성대 기계시스템공학과 윤재건 교수는 “교통안전공단의 정기점검은 눈으로만 하므로 미세균열을 잡아낼 수 없다”며 “CNG 버스는 연료통을 차량에 장착하면 중간 정밀검사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검사소 관계자는 “연료통 이상 여부를 진단하려면 연료통을 분리해 비파괴검사를 해야 하는데 현재 장비로는 불가능하다”며 “지금 시스템으로는 사고 재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민 안전 뒷전인 정부=정부는 근본적인 처방은 내놓지 못한 채 각종 점검만 약속하고 있다. 가스안전 업무를 다루는 지경부는 자동차 검사를 맡는 국토부가 CNG 버스 안전검사에 정밀검사를 추가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토부 관계자는 “우리 업무 중 자동차 관련 담당은 있지만 어제 같은 사고는 우리와 관계없다”며 “지경부에 물어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버스용 CNG 용기에 대한 안전기준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림대 자동차과 김필수 교수는 “차량은 움직이기 때문에 가스를 전달하는 이음새가 헐거워질 수 있는데 CNG 버스에는 가스 누출을 알리는 경보장치가 없다”고 말했다. 가스가 샐 때 운전자가 가스 공급원을 차단할 수 있는 긴급차단밸브 같은 안전장치를 갖추지 않은 점도 문제다. 회사원 박모(32·여)씨는 “CNG 버스를 탈 때마다 조마조마하다”며 “정부가 확실한 해결책을 빨리 내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유성혁 임정혁 대학생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