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온상’ 서울시교육청 “청렴도 최고”
입력 2010-08-10 18:05
최악의 인사비리로 지탄을 받는 서울시교육청이 소속 직원을 대상으로 근무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정직·청렴’ 분야 만족도가 가장 높다는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공정택 전 교육감 인사비리 연루 등으로 교원 100여명이 퇴출되거나 퇴출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비리 불감증’에 빠져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시교육청은 직원 1903명을 대상으로 근무 여건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를 10일 공개했다. 조사 문항은 업무여건, 승진·인사, 교육·훈련, 복리후생, 근무환경, 일과 가정생활의 조화, 직무 만족, 커뮤니케이션, 비전·창의, 정직·청렴의 10개 분야 36문항이었다.
조사는 곽노현 교육감이 취임하기 직전인 지난 6월 25일부터 지난달 1일까지 실시됐다. 이 조사는 행정안전부가 매년 두 차례 전체 공공기관에 대해 실시한다. 조사 결과는 직원에게 공개해 피드백이 가능토록 하고 있다.
조사 결과 ‘정직·청렴 부분’이 ‘일과 가정생활의 조화’와 함께 5점 만점 중 3.51점으로 최고 만족도를 기록했다. 전체 평균점수인 3.19점을 훨씬 상회했다.
특히 정직·청렴 부분의 세부 항목 중 ‘정직과 청렴 실천에 대한 간부들의 모범성’ 문항이 평균 3.61점으로 36개 문항 중에서 최고 점수를 기록했다. ‘문제 해결을 위한 내부 의견 수렴 여부’는 3.40점, ‘소관업무의 투명한 결정 및 집행 여부’도 3.53점으로 비교적 높은 만족도를 나타냈다. 반면 승진·인사는 5점 만점에 평균 2.84점으로 가장 낮았다. 세부 문항으로는 ‘인사배치 시 부서특성과 개인능력 반영 여부’ 2.83점, ‘승진 시 역량과 성과가 많은 직원 승진 여부’ 2.84점 등이었다.
이 같은 결과는 시교육청 인사비리를 바라보는 여론과 괴리가 크다. 시교육청에서는 올해 공 전 교육감의 인사비리와 방과후학교·수학여행 비리 등으로 전·현직 교육장, 장학관·장학사, 교장 등 수십명이 파면·해임됐다. 최대 100명 이상의 교육공무원이 교단을 떠나야 할 형편이다. 시교육청 징계위원회는 거의 매주 열린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은 이번 조사가 교원·전문직을 제외한 일반직·시설직 공무원만 대상으로 실시돼 비리에 대한 인식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설문조사는 시교육청 직원의 근무 여건을 알아보기 위한 것”이라며 “교원비리에 대한 의견이 아닌 조직생활에 대해 의견을 묻는 것이어서 (비리에 대한) 체감도가 낮게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