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對 김문수 與 ‘잠룡’ 신경전 1라운드

입력 2010-08-10 22:07

김태호 국무총리 내정자의 등장으로 여권 내 ‘잠룡(潛龍)’으로 꼽히는 차기 대권주자 간의 신경전도 가열되고 있다.

가장 먼저 링에 오른 것은 김 내정자와 김문수 경기지사. 김 내정자는 10일 정부청사 창성동 별관으로 출근하던 중 기자들과 만나 “중국 등 사회주의 국가에서 지도자를 정해놓고 뽑는 시스템과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국민이 지도자를 평가하고 선택해서 뽑는 시스템은 다르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전날 김 지사가 경기도청 월례조회에서 ‘깜짝’ 총리 인선 시스템을 비판한 것에 대한 반박인 셈이다. 앞서 김 지사는 “중국의 리더십은 안정돼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자고 일어나면 총리라고 갑자기 누가 나타나는데 이게 누군지, 왜 그렇게 하는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자신의 발언이 김 내정자를 겨냥했다는 관측에 대해 “내 취지가 그건 아닌데…”라고 말했다고 손원희 비서실장이 전했다.

다른 예비 주자들은 김 내정자의 등장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반응이나, 내심 경계하는 분위기도 읽힌다.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 자격으로 제1회 청소년올림픽 참석차 싱가포르로 출발한 정몽준 전 대표는 “활통에 화살이 많으면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측 이종현 대변인은 “손님을 많이 끌고 주목받는 상품이 많은 가게에서는 다른 상품들도 시너지 효과가 나서 잘 팔린다”며 “김 내정자가 한나라당과 여권에 활력을 불어넣으면 다른 분들의 상품가치도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과 김 내정자의 이미지가 겹친다는 지적에 대해 이 대변인은 “그렇게 보지 않는다”며 선을 그었다.

박근혜 전 대표는 여전히 ‘잠잠 모드’지만 친박계 내부에서는 연일 김 내정자를 견제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친박계 의원은 “지금 안방 주인이 있는데 핀치 히터(대타자)를 넣어서 성공할 수 있겠느냐”며 “김 내정자가 총리 역할을 잘 수행해서 큰 인물이 된다면 2007년 대선 때처럼 경선 흥행 효과는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