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승호 딜레마’… 적극 대응땐 北 의도에 말려들 가능성 미온적이면 “무책임하다” 비판

입력 2010-08-10 18:08

통일부는 북한 당국에 의해 나포된 오징어채낚기 어선 대승호 문제와 관련해 “대북 통지 등 관련조치를 유관부처와 함께 검토하고 있다”고 10일 밝혔다.



정부가 대승호 나포 사흘이 지나도록 적극적인 송환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것을 두고 “무책임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진 데 따른 후속 조치로 보인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측으로부터 어떠한 통보도 없으나 우리 국민이 억류된 상황이기 때문에 대북 통지 등 필요한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며 “그러나 (대북 통지를) 시급하게 보낼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전날 정부가 대승호 나포사건에 대해 “북한의 반응 및 입장표명을 주시하겠다”고 밝힌 것과 비교하면 보다 적극적인 자세다.

정부가 검토 중인 조치로는 과거 사례에 비춰볼 때 대한적십자사를 통한 전통문 발송 등이 예상된다. 정부는 과거 우리 선박이 북에 나포될 경우 적십자사 명의로 북측에 어선의 조기 송환을 촉구하는 전통문을 발송했고, 북한은 이에 전통문 또는 방송보도 형태로 답변을 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30일 ‘800 연안호’가 북측에 나포되자 사건 당일 동해지구 군사실무 책임자 명의로 북측에 전통문을 보내 조기 송환할 것을 촉구했고, 북측은 다음날 “해당기관에서 조사 중”이라는 답신을 보내왔었다.

때문에 나포 사흘째인 이날까지 남북 간에 전통문이 오가지 않는 것은 천안함 사태 이후 냉랭해진 남북관계에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천안함 사태와 한·미 합동해상기동훈련 등 최근 고조된 남북 간의 군사적 긴장 상황에서 북한이 정치적인 의도를 갖고 대승호 나포 사건을 일으켰고, 우리 정부는 북한의 의도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 사태 해결에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통일부 당국자는 “2005년과 2006년의 경우 사건 발생 3일 후 북측에 전통문을 보냈다”며 “사안에 따라 다르다”고 해명했다.

한편 정부는 대승호가 나포된 것을 계기로 북한 접경 수역의 어선에 위치발신장치 장착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