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강제병합 사죄담화] 시민단체 “알맹이 없어… 생색내기”
입력 2010-08-10 22:14
간 나오토 일본 총리가 10일 발표한 담화에 대해 관련 단체 및 전문가들은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일본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를 기대했지만 과거에 비해 진일보한 내용이 없는 담화가 발표됐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강주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사무처장은 “일본 정권이 자민당에서 민주당으로 교체되고 올해가 강제병합 100년을 맞는 해여서 기대를 많이 했는데 너무 실망스럽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진정한 사과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하는 것인데 담화에는 위안부 할머니 등 피해자에 대한 구체적인 보상 계획이 담겨져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강 사무처장은 이어 “위안부 할머니들이 종종 말하는 ‘일본 정부가 용서받을 수 있는 날이 별로 안 남았다’는 얘기가 떠오르는 날”이라며 “올해도 이 정도 수준의 담화를 발표하고 넘어가면 일본이 과연 용서받을 수 있는 날이 오겠느냐”고 되물었다.
담화 발표 시점을 문제 삼는 목소리도 있었다. 일본의 ‘과거사 반성’에 진정성이 있으려면 광복절(15일)이나 강제병합일(22일)에 맞춰 담화가 발표돼야 한다는 것이다.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우리 정부가 오는 15일 광복절 경축사 등을 통해 일본에 요구할 수 있는 내용에 응하지 않기 위해 일본이 담화를 미리 발표하는 얄팍한 수를 썼다”며 “일본이 종전기념일인 15일을 한국을 배제한 자신들만의 행사로 만들겠다는 뜻으로도 읽힌다”고 지적했다. 이신철 아시아평화와 역사교육연대 공동운영위원장은 “일본 총리가 조선왕실의궤 반환이나 사할린 잔류 한국인에 대한 지원 등 생색내기용 항목만 열거했을 뿐 총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그는 “담화에는 식민지배에 따른 모든 문제를 포괄적으로 해결해갈 수 있는 일본 정부 차원의 조사기구 설치, 법안 추진 등의 내용이 담겨져 있었어야 했다”며 “1995년 발표된 무라야마 담화에서 크게 진전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