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日총리 사죄 담화 반응… ‘미래 지향’ 일단 긍정 평가
입력 2010-08-10 18:12
정부는 10일 발표된 간 나오토 일본 총리의 담화에 대해 “1995년의 무라야마 총리 담화와 비교해 일부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과거 일본 총리들의 담화가 아시아 전체를 대상으로 한 것과 달리 이번 담화는 한국인만을 대상으로 한 최초의 총리 담화”라며 “병합조약과 식민지배의 강제성을 간접적으로 시인했다”고 의의를 부여했다. 일본이 줄곧 병합 과정의 정당성을 주장해 오던 입장에서 벗어나 병합이 한국인의 의사에 반해 이뤄졌음을 처음 인정했다는 얘기다.
또 조선왕실의궤 반환 등 구체적 조치를 약속했다는 점에서 과거사 문제를 매듭지으려는 일본 정부의 진정성과 실천 의지가 엿보인다는 것이다. 권철현 주일 대사도 언론 인터뷰에서 “과거를 직시하려는 일본 정부의 진정성과 실천 노력은 평가할 만하다”며 “간 총리가 밝힌 도서 반환 의사는 조선왕실의궤뿐 아니라 총독부가 반출한 문화재를 모두 돌려준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병합조약의 불법성과 무효를 인정하지 않았고,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 해결을 위한 현안을 외면해 우리 국민의 기대 수준에는 못 미친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일본이 제시한 사할린 동포 지원과 징용 피해자 유골 반환, 조선왕실의궤 반환은 한·일 강제병합 100년에 걸맞은 무게감과 의미를 갖지 못한다는 비판이다. 특히 향후 독도나 위안부 문제가 다시 불거지면 이번 담화의 진정성과 의의는 크게 퇴색될 수 있다. 때문에 일본이 얼마나 성실한 자세로 후속 조치에 나서느냐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런 비판에도 불구하고 일단 이번 담화는 미래지향적인 양국 관계를 위한 긍정적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부 관계자는 “일본 정부가 식민지 통치 기간에 총독부를 통해 불법 부당하게 반출한 문화재 등으로 나름 반환 기준을 세운 것 같다”며 “양국이 곧 문화재 반환 범위를 협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담화가 중국에 대한 견제 차원에서, 한국과의 관계를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발전시키려는 일본 정부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