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박병광] 對중국 공공외교 강화해야
입력 2010-08-10 17:56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 중국은 일상의 화두가 되었다. TV와 신문지상에서 중국에 관한 기사가 빠지는 날은 거의 없다. 정부 부처는 물론이고 학계와 기업에서도 중국을 모르면 마치 큰일이라도 날 듯 중국이라는 주제는 날마다 엄청난 홍수를 이루고 있다. 더욱이 천안함 격침 사건 이후 국제무대에서 북한의 책임을 규탄하려던 우리 노력이 중국의 벽에 부닥쳐 좌절된 이후 중국은 더욱 중요한 화두가 되어 가고 있다. 그러나 정작 최근 들어 확대되고 있는 한·중관계의 난맥상은 별다른 해소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주 중국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한국을 힘으로 제압할 것인가 아니면 설득해 중국 편으로 끌어들인 것인가’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인터넷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네티즌 2만3499명 중 무려 94.5%가 “한국을 힘으로 제압해야 한다”는 쪽을 선택했다. 대신 “설득해 중국 편으로 이끌자”는 유화적인 의견을 보인 네티즌은 5.5%인 1244명에 그쳤다. 조사 대상 네티즌의 의견이 전체 중국인들의 생각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지만 천안함 사태 이후 중국 내 ‘혐한류’가 다시금 심상찮은 기류를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이 오늘날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를 맺고 있는 한·중관계의 현주소를 대변해 주는 현실이다.
중국내 ‘혐한류’ 심각한 수준
한·중관계가 이처럼 위기를 맞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물론 다양한 원인을 들 수 있지만 필자는 그동안 한·중 양국 간 서로에 대한 이해가 깊다는 ‘착시현상’이 광범위하게 존재했음을 지적하고 싶다. 즉, 변화하는 상대에 대해 알려는 노력이 부족한 반면 주관적 인식과 왜곡이 양국 관계를 지배함으로써 외교적 실패와 갈등을 촉발했던 것이다. 문제는 향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등이 체결될 경우 다양한 이익집단의 이해관계가 교차하게 되면서 갈등의 빈도가 증가하고 과거처럼 적정선에서 봉합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중국이라는 주제가 빠지기라도 하면 마치 큰일이라도 나는 듯 엄청난 말과 수사의 홍수 속에 살면서 정작 중국의 ‘실체’에 대한 이해를 위한 노력은 뒷전에 가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한·중관계를 회복하고 새로운 발전을 모색하기 위한 우리의 외교적 대안은 무엇일까. 사실 이 역시 다양한 아이디어와 방안들이 제기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중국에 대한 ‘공공 외교(public diplomacy)’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외교관을 중심으로 정부와 정부 간에 벌어지는 ‘엘리트 외교’와 달리 공공 외교는 상대국의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민(對民) 외교가 핵심을 이룬다. 최근의 ‘천안함 외교’가 우리에게 준 교훈은 과거 한·중관계의 비약적 발전에 도취되어 한국의 엘리트 외교가 낙관적이고 아전인수식 판단에 빠져 있었다는 점이다. 즉, 한·중관계에서 나타나는 각종 문제들은 단지 정부가 주도하는 엘리트 외교만으로는 해소될 수 없으며, 중국의 일반인과 여론주도층을 상대로 하는 ‘공공 외교’ 강화가 필수적임을 깨우쳐주고 있는 것이다.
엘리트 외교만으로 해소 안돼
우리는 다양한 차원, 다양한 주체들이 국제무대에서 복합적 연결망을 만들어가는 변환의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대(對)중국 공공 외교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정부와 학계 등 일부 계층이 주도하는 엘리트 외교는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 중국과 교류 빈도만 늘리면 많은 것이 저절로 해결될 것처럼 여기는 일차원적 사고에 머물러 있다. 공공 외교 강화는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한·중 양국 국민 간의 가치와 규범에 관한 공감대를 확산하고 돌발 사건이 ‘혐한감정’ 유발 등 배타적 민족주의의 대결로 발전하는 것을 방지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