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총리 “식민지배 한국인 뜻 반했다”… 한일병합 100년 맞아 사죄 담화 발표
입력 2010-08-10 19:15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가 한·일 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한국에 대해 사죄의 뜻을 담은 담화를 10일 발표했다. 하지만 강제병합은 원천무효라는 내용은 없었다.
간 총리는 내각회의를 거쳐 발표한 담화에서 “정확히 100년 전 8월 한·일 병합조약이 맺어져 이후 36년에 걸쳐 식민지 지배가 시작됐다”며 “한국인들이 그 뜻에 반하여 이뤄진 식민지 지배에 의해 국가와 문화를 빼앗기고, 민족의 자긍심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고 밝혔다. 이어 “통절한 반성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사죄의 심정을 표명한다”고 분명히 했다.
1995년 8월 종전 50주년을 맞아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당시 총리 담화의 “통절한 반성의 뜻을 표하며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표명한다”는 표현을 그대로 사용했다.
간 총리는 또 “일본 정부가 보관하고 있는 조선왕실의궤 등을 가까운 시일에 되돌려 주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65년 국교정상화 당시 일본이 문화재 협정에서 일부 강탈 문화재를 돌려준 이후 일본 정부 차원에서 문화재 반환 의사를 공식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할린 한국인 지원, 한반도 출신자 유골 봉환 지원도 성실하게 실시할 것을 담화에 담았다.
한·일 양국을 파트너 관계로 규정했다. 간 총리는 “한·일 양국은 21세기 들어 민주주의 및 자유, 시장경제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가장 중요하고 긴밀한 이웃국가”라며 “핵 군축 및 기후변화, 평화구축 등 지구 규모의 과제까지 협력해야 하는 관계”라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는 김영선 외교통상부 대변인 명의 논평에서 “한·일 간의 불행했던 과거사를 극복하고 미래의 밝은 한·일 관계를 개척해 나가려는 간 총리와 일본 정부의 의지로 받아들인다”며 환영했다. 정부는 “일본 스스로의 과오를 돌아보는 데 솔직하고 싶다고 표명한 점에 주목하며 이러한 인식을 모든 일본 국민이 공유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20분간 간 총리와 전화 통화를 했다. 이 대통령은 담화의 진정성을 평가하며 “앞으로 일본이 이를 어떻게 실천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간 총리는 “내각 구성원과 충분히 상의한 일본의 뜻”이라며 이 대통령에게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전에 일본을 방문해줄 것을 요청했다.
서윤경 엄기영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