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술국치 100년] “日 노무자 공탁금 명부 절반이상 중복”
입력 2010-08-10 22:23
경술국치 100년 기획 잊혀진 만행… 일본 戰犯기업을 추적한다
제4부 국치 100년, 이젠 해법 찾아야
④ 전문가 좌담 (끝)
일본 정부가 전후(戰後) 최초로 보내온 일제시대 민간인 징용자들의 공탁금 명부 절반 이상이 이미 한국 정부에 전달했던 명부와 중복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이 명부를 새로운 증빙자료로 삼아 해당 피해자들에 대해 최종 피해 판정을 내리고 위로금 등을 지원하려던 정부 계획에 일부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정선태 ‘대일항쟁기 강제동원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3월 일본 정부가 보낸 노무자 공탁금 명부 17만5000여명분을 받아 데이터베이스 구축 및 분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 중 약 10만명분이 기존에 보유했던 군인·군속 공탁금 명부와 일치한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국민일보의 경술국치 100년 기획 ‘잊혀진 만행… 일본 전범기업을 추적한다’ 시리즈의 결산으로 6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열린 전문가 좌담회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일본 외무성은 지난 3월 일본 주재 한국대사관을 통해 한국인 징용 노무자의 공탁금 기록 사본 17만5000여명분을 일괄 전달했다. 명부에는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 기업들이 한국인 노무자들에게 지급하지 않았다가 종전(終戰) 후 일본 법원에 공탁해 둔 개인별 급여, 수당 등의 내역이 적혀 있다.
한국 정부가 피해자들의 노무동원 사실을 확인하고 본인 또는 유족에게 위로금, 의료지원금, 미수금 지원금(엔당 2000원 환산) 등을 지급할 수 있는 확실한 근거가 되기 때문에 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이미 2007년 우리 정부에 제공한 군인·군속 공탁금 명부 약 11만명분과 무려 10만명분이 중복된다는 게 위원회 분석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 및 피해자들을 기만한 것으로 볼 수 있어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 위원장은 “그래도 중복된 명부 이외 나머지는 기존에 확보하지 못했던 새로운 명부라서 피해 판정 업무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별기획팀=글·사진 김호경 권기석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