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흡하지만 진일보한 日총리 담화
입력 2010-08-10 17:59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가 ‘한국병합 100년’ 담화를 10일 발표했다. “병합조약이 한국인들의 뜻에 반하여 체결됐고” 그로 인해 “한국인들은 나라와 문화를 빼앗겼으며 민족의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고 전제하고 “식민지 지배로 인한 무수한 손실과 고통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함께 진심으로 사죄의 마음을 표명한다”고 밝힌 점 등이 골자다.
병합조약 원천 무효를 주장해온 우리의 기대에는 많이 못 미친다. 조약 체결 강제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한국인들의 뜻에 반하여 체결됐다”는 애매모호한 표현이 우선 걸린다. 병합조약이 유효하게 체결됐다는 일본 정부의 기존 입장을 답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피해자 등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이는 일본 정부가 1965년 체결된 한·일 기본조약으로 전후보상이 완료됐고 더불어 개인청구권 문제도 해결됐다고 주장해온 것과 궤를 같이한다. 개인보상 문제를 애써 회피한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담화는 나름 의미가 있다. 우선 일본 정부가 처음으로 한국만을 대상으로 과거사 반성 담화를 발표했다는 점이다. 1995년 전후 50년을 기념한 무라야마(村山) 담화는 아시아 전체를 대상으로 했었다. 일본 정부가 한·일 협력관계를 중시하고 있다는 증거다.
자민당 등 보수 야당은 물론 집권 민주당 내에서조차 담화에 반대하는 기류가 적지 않았음에도 이를 물리치고 발표했다는 점도 평가할 만하다. 이러한 반발 때문에 담화 내용이 다소 후퇴한 측면은 있었을 것이나 역사를 직시하고 미래를 함께 열어가겠다는 일본 정부의 의지는 분명하게 확인된다.
이번 담화가 단순히 선언에 머물지 않고 조선왕실의궤 인도, 사할린 잔류 한국인 및 유골 반환 지원 등 구체적인 후속 조치를 거론한 것도 고무적이다. 다만 조선왕실의궤를 ‘반환’이 아니라 ‘인도’하겠다고 한 것은 유감이다. 일본에 산재해 있는 우리 문화재 반환 요구가 확대될 것을 우려한 듯하다.
간 총리의 담화는 미흡하나마 이전보다 한걸음 더 나아간 것으로 우리는 평가한다. 더욱 전향적인 일본의 변화를 기대한다. 물론 더 나은 한·일관계를 위해서는 양국 모두의 노력 또한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