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 동병상련 양용은·우즈 “1년 전 명승부 다시 한번”… PGA챔피언십서 명예회복 노려
입력 2010-08-10 17:57
#2009년 8월.
◇양용은=거칠 것이 없었다. 3월 혼다클래식에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첫 승을 거둔 그는 ‘바람의 아들’이라는 애칭까지 얻었다. 모자 중앙에 박힌 메인스폰서 테일러메이드가 든든히 그를 지원했다. 그리고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의 역전불허 아성을 무너뜨리고 아시아 선수 최초의 메이저대회 챔피언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몰려드는 인터뷰 요청에 정신이 없었다. 스케줄을 분 단위로 짜야할 정도로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했다. 그야말로 자고 일어나보니 스타가 돼 있었다.
◇우즈=8월까지 15개 대회에서 13차례 톱10 입상. 시즌 5승. ‘호랑이’의 무서운 포효 앞에 모두 기를 펴지 못했다. 1인 독주시대 그 자체였다. 비록 PGA챔피언 최종 라운드에서 양용은에 처음 뒤집기를 허용했지만 ‘골프황제’의 위용에는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나이키와 AT&T, 질레트 등 스폰서들도 변함없이 그를 추종했다.
#2010년 8월.
◇양용은=임팩트 타이밍을 잃어 버렸다. 시즌 17개 대회에 출전해 톱10에 든 것은 마스터스를 포함해 두 차례 뿐이고 컷 탈락도 네 차례나 된다. 메인스폰서도 없어졌다. 할 수없이 모자 중앙에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를 달았다. ‘바람의 아들’의 거침없는 샷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우즈=지난해 말 섹스 스캔들 이후 상태가 심각해 졌다. 많은 스폰서들이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은 우즈에 이별을 고했다. 지난주 브리지스톤대회에서는 18오버파 298타라는 프로 데뷔 이후 최악의 성적까지 냈다. 호쾌했던 드라이버샷은 치기만 하면 러프에 처박혔고, 컴퓨터 퍼트는 망가진 지 오래다. 8개 대회에 톱10 진입이 두 차례에 불과하고, 우승도 아직 없다. ‘종이호랑이’ ‘이빨 빠진 호랑이’ 그 자체다.
1년 전 명승부를 벌였던 이 두 선수가 PGA 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 PGA챔피언십에서 나란히 명예회복을 노린다. 양용은과 우즈는 12일 오후(한국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콜러의 위슬링 스트레이츠 코스(파72·7507야드)에서 열리는 PGA챔피언십 1,2라운드에서 동반 플레이를 펼친다. 지난해 두 선수의 명승부는 지금까지도 골프팬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지만 올해는 달라져도 너무 달라졌다. ‘아∼옛날이여!’를 외치며 1년 전의 추억을 되살리려는 두 선수의 희망이 과연 이루어질지 관심이다.
김준동 기자 jd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