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金 선물시장’ 아시나요?… 9월 13일부터 1계약 거래단위 1㎏→100g, 소액 투자 가능

입력 2010-08-10 21:31


평소 ‘금(金)테크’에 관심이 많은 회사원 박미르(33)씨. 지난해 금 펀드에 돈을 투자했다가 수익을 본 그는 주변 동료에게서 금 선물 시장에 대한 얘기를 듣고 관심이 생겼다.

증권사에 전화를 걸어 금 선물 투자 방법을 문의했다. 우선 계좌 개설을 해야 했다. 선물 거래를 하기 위해 기본 예탁금 1500만원이 필요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금 선물을 매수하려면 위탁증거금을 또 내야 했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한국거래소에 공시된 금 1g의 가격은 4만6000원. 금 선물 1계약(1㎏·4600만원)만 사려 해도 414만원을 위탁증거금(거래금액의 9%)으로 내야 했다. 박씨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것 같다”며 결국 투자할 마음을 접었다.

이처럼 투자자에게 금 선물 시장의 진입장벽이 높다보니 국내에서 금 거래 활성화가 더디다. 표준 금 선물 시장은 1999년 문을 열었지만 10년 동안 거래량이 제자리걸음이다.

하지만 다음달 13일부터는 부담을 덜면서 금 선물 거래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 한국거래소가 투자자의 편의를 제고하기 위해 적은 액수로 거래할 수 있는 ‘미니 금 선물 시장’을 선보이기 때문이다. 개장 전 미니 금 선물 시장에 대해 살펴봤다.

◇적은 금액으로도 투자 가능=미니 금 선물은 1계약당 거래단위가 100g으로, 기존 표준 금 선물(1㎏ 단위)의 10분의 1 수준이다. 거래단위가 작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소액으로도 거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예컨대 금 현물 100g을 사기 위해서는 460만원(g당 4만6000원 기준)이 필요하지만 미니 금 선물 시장에서는 위탁증거금 41만4000원(460만원×증거금율 9%)만 있으면 살 수 있다. 미니 금 선물은 기본 예탁금도 기존의 3분의 1 수준인 500만원만 내면 된다. 여러모로 서민들이 거래하기가 용이하다.

미니 금 선물과 기존 시장의 또 다른 차이점은 결제방식. 미니 금 선물은 현금결제방식을 채택, 거래시점에 예측한 금 가격과 미래에 실제로 형성된 금 가격과의 차액 정산으로 거래가 종료된다. 반면 표준 금 선물은 실물인수도 방식으로, 최종 거래일에 실물을 주고받는 과정이 번거로웠다.

최종 거래일 거래시간도 기존 금 선물은 오전 9시∼11시30분이었지만, 미니 금 선물은 오후 3시15분까지 늘어난다.

금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금 펀드, 골드뱅킹 등 금 투자상품도 다양해졌다. 다른 투자상품과 비교해 미니 금 선물의 또 다른 장점은 매매 수수료가 거의 없다는 점. 또 금 펀드나 골드뱅킹은 금 가격 상승 시에만 수익이 나지만 금 선물은 포지션 구축에 따라 금 가격 상승·하락 시에 모두 수익을 낼 수 있다.

금 현물을 구입할 경우 10%의 부가가치세를 부담해야 하는 것과 달리 선물은 비과세 혜택을 보면서 금 현물 투자와 동일한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금 종사자에겐 리스크 회피 수단=일반 투자자에게 미니 금 선물이 재테크 수단이 될 수 있다면 귀금속 생산업체 등 금 산업 종사자에게 미니 금 선물은 금 가격의 위험 회피 수단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금 가격 변동성은 금 산업 종사자에게 직접적으로 타격을 주기 때문에 금 선물의 거래 단위를 축소해 달라는 이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금 산업 종사자들은 일정 시점 뒤 금 현물 가격 하락 내지는 상승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현시점에서 선물계약을 매도하거나 매입하는 방식으로 거래하게 된다.

◇고수익·고위험 주의=미니 금 선물 시장은 소액으로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반면 원금 이상의 손실에 대한 위험도 상존한다. 특히 일반 투자자의 경우 무리하게 거래하기보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투자 패턴을 가져가야 한다.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시장본부 류인욱 팀장은 “미니 금 선물 시장에서는 금 2㎏(100g당 41만6000×20)을 매수하는 데 증거금 800만∼900만원만 있으면 가능하다. 그런데 g당 금 가격이 3000원만 올라도 그 자리에서 600만원가량을 벌 수 있지만 반대로 3000원 떨어지면 순식간에 600만원을 잃을 수도 있다”며 “고수익을 내는 만큼 고위험 파생상품인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