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G버스 서울도심서 ‘펑’ 17명 중경상

입력 2010-08-09 21:59

압축천연가스(CNG) 시내버스가 서울 도심에서 폭발해 승객과 행인 등 1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서울에서 운행되는 시내버스 7558대 가운데 7234대(95.7%)가 CNG 버스다. 전국적으로는 2만여대가 운행 중이다.

9일 오후 4시57분쯤 서울 행당동 지하철 5호선 행당역 4번 출구 앞 도로에서 송모(53)씨가 몰던 대원교통 241B번 시내버스가 갑자기 폭발했다. 버스는 CNG를 연료로 쓰는 차량으로 행당동에서 무학여중 방향으로 가다 신호대기 중 폭발과 함께 차량 바닥에서 불이 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고로 이모(40·여)씨가 두 발을 크게 다쳤고 안모(25)씨 등 16명이 경상을 입고 인근 병원 4곳으로 옮겨졌다. 부상자 가운데는 부근을 지나다 파편을 맞은 오토바이 운전자와 행인도 있었다.

목격자 손모(44)씨는 “버스에서 ‘펑’하는 소리가 매우 크게 들렸고 5초 정도 연기가 솟았다”며 “운전기사가 온몸에 먼지를 덮어쓴 채 밖으로 나왔고, 발을 절뚝거리는 아주머니가 보였다”고 말했다.

경찰은 더운 날씨로 연료인 CNG가 팽창하면서 폭발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02년 생산된 이 버스는 CNG를 압축해 넣은 용기 7∼8개를 차체 바닥에 장착하고 있다. 강철과 알루미늄으로 만든 용기에는 보통 가스 120ℓ가 충전된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서울 기온이 33도였으므로 버스 안 가스 용기 가운데 하나가 압력 때문에 폭발한 것 같다”며 “가스 압력을 10% 정도 줄여 주입하는 등 당장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CNG 버스 폭발은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7월 전북 익산의 한 충전소에서 가스를 충전하던 시내버스 연료통이 압력을 견디지 못해 폭발했고, 2008년 7월 충북 청주에서도 충전을 마친 버스가 연료통 폭발로 크게 부서졌다. 청주 사고 때는 승객이 모두 내린 뒤여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연료통 파편이 250m 떨어진 곳까지 날아가 인근 버스 3대와 건물 유리창이 부서졌다.

2007년 12월 경기도 구리에서는 북부간선도로를 달리던 시내버스가 폭발한 뒤 전소돼 운전자가 다쳤다. CNG 연료 필터에서 누출된 가스에 불이 붙어 연료통이 폭발한 사고였다. 2005년 1월과 8월에도 연료통 폭발 사고가 있었다. 당시 산업자원부(지경부)는 사고 연료통과 비슷한 시기에 생산된 연료통을 검사해 4500개를 폐기하고, 이상이 없는 9200개는 재사용토록 했다. 하지만 청주에서 폭발한 연료통은 재사용 판정을 받은 9200개 가운데 하나였다. 청주 사고 직후 지경부는 연료통을 전량 회수했다.

강창욱 김경택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