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 서해훈련 직후 무력대응… “보복” 위협 실행 옮겨
입력 2010-08-10 00:21
북한이 9일 오후 서해 북방한계선(NLL) 해상을 향해 130여발의 해안포를 발사한 것은 이날 종료된 우리 군의 서해상 합동군사훈련에 대한 대응 조치로 보인다. 또 서해안에서 다시 긴장감을 조성해 천안함 사태 이후 강경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한·미 양국의 태도 변화를 끌어내겠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릐북한의 노림수는=북한 입장에서는 5일부터 서해상에서 실시된 우리 군의 훈련에 대한 위협을 행동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북한은 지속적으로 위협을 했지만 그간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았다.
지난달 동해 미 항공모함이 참가한 한·미 대규모 연합훈련이 실시된 데 이어 서해에서 한국군 단독으로 강도 높은 대잠훈련이 실시되자, 북한의 심리적 압박감이 컸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를 서해에 투입, 훈련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다음주에는 한·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이 예정돼 있다. 정부 소식통은 “계속되는 양국의 무력시위에 제동을 걸기 위해 북한은 자신들의 위협이 말에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NLL에서의 해안포 사격은 서해에서 긴장감을 또 한번 높이면서도, 직접적인 교전을 피할 수 있는 ‘절묘한’ 방안이 될 수도 있다. 북한문제 전문가들은 북한이 현재로서는 미사일 발사를 하거나, 3차 핵실험을 하기에는 부담이 크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해안포탄은 자국 내에서의 군사훈련임을 내세워 남측에 실질적인 도발을 하지 않으면서도, 상당한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NLL 인근 해상에서 작전임무를 수행하는 우리 함정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각인시켜, 이 지역에서의 훈련 강도를 약화시키는 부수적인 성과도 얻을 수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번 해안포 발사는 한반도 불안정성을 다시 한번 부각시켜 남측의 대북 정책전환을 이끌어 내고 다른 한편으로는 한반도 평화협정의 시급성을 알리려는 대미 압박용”이라고 분석했다.
릐북 해안포는 NLL 남쪽 해상을 넘었나=북한이 발사한 해안포탄이 NLL을 넘어섰다면, 이는 분명한 군사 도발이다. 군은 이 부분에 신중한 입장이다.
백령도 초병 등은 해안포탄이 NLL을 넘어 백령도 인근에 떨어진 것을 육안으로 관측했으며, 연평도 인근에서는 NLL 선상 가까이에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연평도의 경우 정확히 지점을 확인하기 힘들지만 지난 1월 북한이 해안포를 발사했을 때 보다는 훨씬 앞쪽에 포탄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합참은 NLL이 해상 경계여서 정확하게 확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군 관계자는 “해안포탄은 발사 속도가 워낙 빨라 궤적을 추적하는 게 쉽지 않고, 물기둥을 촬영하는 등 구체적인 자료가 없는 한 정확한 탄착지점을 파악하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군은 지난 1월말 북한이 해안포를 집중적으로 발사한 뒤 궤도 추적을 위해 백령도에 대포병탐지레이더(AN/TPQ)를 설치했다. 그러나 적확한 지점을 포착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