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銀 전 지점장 2년간 횡령금액 15개 계좌 ‘683억’

입력 2010-08-09 21:30

지난 3월 27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경찰에 고발됐던 외환은행 전 지점장의 실제 횡령액수가 68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15개 고객 계좌에서 683억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로 외환은행 전 선수촌 WM센터지점장 정모(47)씨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9일 밝혔다.

정씨는 2008년 초부터 2년여간 고객 돈을 빼돌려 자신 명의로 코스닥·코스피 상장회사 등에 빌려준 혐의다. 경찰은 정씨가 자신이 관리하던 고객의 펀드 손실을 만회하려고 다른 고객의 돈을 인출해 임의로 대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씨는 “고객으로부터 포괄적 위임을 받았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은행은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 고객에 대한 배상 여부 및 규모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정씨가 고객 3∼4명의 계좌 15개를 통해 범행을 저질렀다”면서 “683억원 가운데 중복 계상된 184억원을 제외하면 순수 횡령 금액은 499억원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수사 결과 은행의 관리 감독 책임이 드러날 경우 은행이 먼저 배상하되 정씨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외환은행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프라이빗 뱅킹(PB)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문제점을 점검하기 위해 외부 용역을 의뢰하고 내부통제 시스템도 정비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9월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관련자들을 징계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정씨는 물론 경영진도 내부통제 관리소홀 책임을 물어 징계 대상에 포함할 것으로 알려졌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