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아진 국지성 호우 아열대 스콜?… 기상 전문가들 “한여름 전형적 소나기”
입력 2010-08-09 21:41
회사원 정요성(31)씨는 지난 5일 오후 외근을 나갔다가 갑자기 내린 비에 흠뻑 젖었다. 오후 2시30분쯤 서울 화곡동 일대에 예고 없는 굵은 비가 내렸기 때문이다. 0.5㎜의 적은 양이었지만 비가 내리기 직전까지 맑은 날씨였기에 대비할 수 없었다.
동남아 지역에 자주 출장을 간다는 김민주(32·여)씨는 “최근 갑자기 비가 내리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하늘이 맑아지는 모습이 열대지방의 스콜과 흡사하다”고 말했다.
올여름 한반도 전역에 예고 없는 비가 강하게 내리면서 시민들 사이에 아열대성 스콜이 상륙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9일 기상청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여름철(6월 1일∼8월 31일) 국지성 호우(소나기)가 내린 횟수는 매년 300회를 넘었다. 올해는 8일 현재까지 89회에 이른다.
기상청 김승배 대변인은 “평년보다 강수 횟수는 다소 줄었지만 최근 여름철 국지성 호우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는 분명하다”며 “올여름 무더위가 유난히 강하고 오래 지속되면서 시민들이 소나기를 스콜로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상전문가들은 스콜은 소나기와 달리 더 강하고 주기적으로 내리는 비이기 때문에 국지성 호우를 아열대성 스콜이라고 볼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부경대학교 환경대기과학과 오재호 교수는 “스콜은 창문이 덜컹거릴 정도로 강한 바람과 함께 내리는 비”라며 “온대지방의 전형적인 소나기와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기상청 관계자도 “맑은 하늘에 갑자기 구름이 생기면서 쏟아지는 비라는 점에서 스콜과 소나기는 비슷하다”면서도 “한국은 비교적 넓은 지역에 소나기가 많이 내리는 반면 아열대성 스콜은 특정 지역과 시간에 항상 일정하게 나타나는 점이 다르다”고 말했다.
한반도에도 스콜이 나타난 적이 있다. 국립기상연구소 기상예보팀이 2007년 발표한 ‘대류성 호우 추적시스템(SCAN)을 이용한 2007년 7월 집중호우 사례분석’에 따르면 2007년 7월 2일 서울 남부지역과 경기 남부지역에 전형적인 스콜이 발생했다. 하지만 이정순 연구원은 “과거 몇 차례 스콜선이 형성됐지만 일반화시키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1일부터 지난 8일까지 39일 중 4일을 제외한 35일 동안 전국 평균기온이 예년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7월 평년 이상의 기온을 기록한 날은 26일이었고 8월 들어 8일 현재까지 매일 평년보다 높은 기온을 보이고 있다.
지난 1∼8일 전국 평균기온은 27.6도로 평년값(1971∼2000년 평균) 25.9도보다 1.7도 높았다. 지난 7월의 전국 평균기온 역시 25.3도로 평년보다 0.8도 높았다. 특히 올해 7월과 8월의 월 평균기온과 평균 최고기온은 지난해보다 3∼4도가량 높게 나타나 일반 시민들이 체감하는 더위는 1년 전에 비해 훨씬 심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 신기창 통보관은 “예년보다 강하게 발달한 북태평양 고기압 때문에 고온다습한 남서기류가 지속적으로 유입되면서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며 “다음달 상순까지도 평년보다 더운 날씨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