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예방접종비용 국가부담사업’ 병원 외면에 결국 서민부담으로

입력 2010-08-09 22:03

정부가 지난해 3월부터 시행한 ‘필수 예방접종 비용 국가부담 사업’이 병원들의 참여 저조와 정부의 홍보 부족으로 겉돌며 서민들은 부담하지 않아도 될 비용을 부담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질병관리본부가 9일 한나라당 유재중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필수 예방접종 비용 국가부담 사업의 올해 전체 예산 203억 중 6월까지 집행된 금액은 19억40000만원으로 집행률이 9.5%에 불과했다. 지난해에도 같은 사업에 배당된 예산 156억원 가운데 실제 집행된 것은 23억원(14.4%)에 그쳤다.

이 사업에 민간 병·의원이 참여하면 백신 비용은 국가가 부담하고 환자는 접종비만 내게 된다. 해당 백신은 B형간염, 폴리오(IPV) 등 8가지가 있다. 백신 비용은 2150∼1만3000원 상당으로 환자는 전체 접종 비용의 약 30%를 아낄 수 있게 된다. 보건소에서 접종 받을 경우에는 전액 무료다. 그러나 민간 병·의원의 참여율이 38.2%(6월 현재 기준)에 그치고 있다.

특히 소아과 병·의원은 전국 3000여곳 가운데 16%에 해당하는 481곳만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대한소아청소년과개원의협의회 임수흠 회장은 “정부가 민간 병·의원도 보건소처럼 백신료와 접종비를 모두 지원해야 참여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민간 병·의원에서 예방접종을 받은 영·유아 부모들은 백신 비용 지원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고, 병원도 아무 설명 없이 모든 비용을 환자에게 떠넘기고 있다. 영·유아 필수 예방접종은 비급여 항목으로 건강보험 혜택이 없고, ‘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DTaP)’ 백신의 경우 총 5회 예방접종 비용만 10만원이 넘는다.

이런 실정이지만 해당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대국민 홍보는 물론 병·의원들의 예방접종 감시도 하지 않고 있다. 현행 전염병예방법에는 예방접종을 실시한 병·의원은 반드시 해당 지역 보건소에 기록을 보고해야 하고, 이를 어기면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게 돼 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법 시행 후 단 한번도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았다.

유 의원은 “예방접종 지원 사업을 모르는 국민이 많아 정부가 적극 알릴 필요가 있다”며 “민간 병·의원들의 참여율도 높여 국민들이 백신비라도 보전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