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MB식 세대교체 ‘나이’만으로 통할까

입력 2010-08-09 22:01


김태호 전 경남지사의 총리 내정으로 본격화된 이명박 대통령의 ‘세대교체 실험’이 성공할 수 있을까. 지난해 9월 정운찬 총리 기용 당시 내건 중도실용 기치는 세종시 수정 논란과 함께 빛을 발하지 못하고 사그라들었다는 게 중론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통령은 새 총리 카드로 세대교체를 꺼내든 셈이다.

세대교체는 이 대통령이 늘 염두에 두고 있던 것이라는 게 친이계의 주장이지만 이 카드는 여권의 차기 대선 구도와 맞물려 파장을 낳고 있다. 당장 여권 주변에서는 김 내정자 발탁이 차기 유력 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를 겨냥한 것이라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세대교체 바람이 본격화할 경우 임태희 대통령실장, 원희룡 사무총장, 나경원 최고위원 등 ‘40대 말, 50대 초’로 한나라당 대권 주자군의 스펙트럼이 대폭 넓어질 수도 있다. 이는 곧 박 전 대표가 세대교체의 대상으로 몰릴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다음 대선이 열리는 2012년 박 전 대표는 만 60세가 된다. 김 내정자와는 10살 차이다. 친박계 현기환 의원은 9일 라디오에 출연해 “반(反) 박 전 대표 진영에서는 끊임없이 박 전 대표 대항마를 키우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며 “세력을 통해 국민적 지지도가 높은 대선 후보도 바꿀 수 있다는 독선과 오만에 빠지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격앙된 친박계에서는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간 회동 무용론도 나온다. 친박계 의원은 “이번 개각은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를 차기 후계자로 생각하지 않고 있음을 확인시켜준 것”이라고 했다. 다른 친박계 의원은 “인위적인 것은 절대 견고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친박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일단 세대교체를 위한 기반이 정치권에서도 일정 수준 조성되고 있다는 게 여권 주류의 시각이다. 수도권 친이계 의원은 “기업의 실질적 경영자들은 이미 40대 말, 50대 초인 데 비해 정치권 인사들은 60대로 간극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 내정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고 총리로서 역할을 원만하게 수행할 경우 세대교체 바람이 자연스레 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세대교체 카드가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여권 내부 조율도 필요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당장 잠룡(潛龍)으로 분류되는 김문수 경기지사와 정몽준 전 대표의 반발을 불러 올 수 있다. 1951년생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박 전 대표보다 한 살이 더 많다. 벌써부터 여권 일각에서 ‘MB식 세대교체’는 단순히 나이가 아니다는 논리가 흘러 다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른 친이계 의원은 “세대교체의 대상에는 시대정신을 읽는 눈, 민주적 소양과 리더십 등을 갖추고 있는지가 기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향후 박 전 대표 공격 포인트도 여기서 나올 것으로 보인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