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PF’ 악몽… 밤잠 설치는 금융가

입력 2010-08-09 21:41


저축은행뿐 아니라 시중은행들도 ‘부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란’이 닥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1년6개월 만에 적자를 낸 국민은행을 비롯해 시중은행의 지난 2분기 실적이 부진했던 최대 원인은 PF 사업 부실 가능성이었다. 부동산 호황을 믿고 대출심사를 허술하게 했다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로 부도위기에 놓인 PF 사업이 지뢰밭처럼 펼쳐졌기 때문이다. 돈을 떼일 것을 우려한 시중은행이 예비용 자금(대손충당금)을 쌓아둬야 해 실적이 나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이날 채권단이 법원에 파산신청을 한 서울 양재동 복합물류센터 사업은 향후 시중은행의 PF 부실 규모와 강도를 엿볼 수 있는 상징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 사업은 약 3만평 대지, 건축 연면적 23만평에 달하는 대규모 개발사업으로 지난해 11월 6년 만에 건축 인허가가 완료됐다. 10여개 금융기관이 8720억여원을 투입했다. 그러나 극심해진 부동산 경기 침체로 12일 만기가 돌아오는 8720억여원의 대출금을 막지 못해 결국 파산신청을 했다.

이 사업에는 하나UBS자산운용 부동산펀드(약 3900억원), 우리은행(1880억원), 교원공제회(1500억원), 농협(1200억원) 등이 참여했다. 대주단은 파산선고가 내려지면 사업을 지속하며 채권을 회수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예정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법원에서 선정하는 파산 관재인이 사업을 다시 진행하는데 앞으로 2개월 정도면 시공사 선정 등을 통해 사업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무산 가능성이 대두되는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에도 한 시중은행이 200억원 규모로 참가했다. 지난달에는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우리은행의 부동산 부실 PF 문제를 수사하기 위해 서울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을 압수수색했다. 금융감독원은 부동산 PF 사업에 투자된 금액이 모두 47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부동산 대출이 안팎에서 ‘경고등’을 울리자 은행들도 최대한 돈을 쌓아두며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부동산 PF 대출 규모가 약 8조원에 달하는 국민은행은 지난 2분기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대손충당금을 1조4403억원이나 쌓았다.

PF대출 규모가 9조원대로 가장 많은 우리은행도 2분기에 9342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쌓았다. 덕분에 순이익은 232억원으로 저조했지만 개의치 않는 표정이다. 대형 PF 사업에 발을 담근 게 많아 리스크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상반기에만 1조원이 넘는 대손충당금을 끌어안고 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