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 해소·남북문제 개선이 주요 어젠다”… 여야 차기 대선 ‘시대정신’ 선점 움직임 활발

입력 2010-08-09 18:10

2007년 대선에서 한나라당 후보였던 이명박 대통령이 큰 표차로 승리한 것은 그가 유권자들의 기호를 정확히 반영한 ‘카드’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경제난에 시달리던 국민들은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있고, 성공 신화의 상징이었던 이 대통령에게 몰표를 던졌다.

이명박 정권 임기가 반환점에 이른 요즘 정치권에선 벌써부터 차기 대선의 ‘시대정신’을 선점하기 위한 물밑 움직임이 시작됐다.

정치권은 우선 6·2 지방선거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세대교체 바람과 복지에 방점이 찍힌 진보의 약진, 남북관계 악화에 따른 반작용 등이 민심 변화의 요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양극화 해소와 남북문제 개선이 차기 대선의 주요 어젠다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변화는 ‘8·8 개각’에서도 일정 정도 반영됐다. 39년 만에 40대 총리로 발탁된 김태호 총리 내정자도 일성으로 “양극화 문제가 장기적으로 국가 미래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재오 특임장관 내정자 역시 대북특사로도 거론되고 있다. 차기 유력 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가 일찌감치 “내 아버지의 꿈은 최종적으로 복지국가였다”며 ‘복지국가론’을 내세우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10년 만에 정권을 빼앗긴 민주당 입장에선 시대정신 선점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전당대회 출마 예상자인 정세균 전 대표, 정동영 상임고문, 박주선 최고위원, 이인영 전 의원은 ‘진보론’을 앞세우고 있다. 대선 패배 이후 ‘우클릭’해야 한다는 당내 의견이 많았으나,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진보진영 결집 현상이 나타난데다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 이슈가 주목받고, 진보 교육감이 대거 당선되자 어정쩡한 ‘중도’ 꼬리표를 떼고 나선 것이다.

정 고문은 9일 “당 강령 1조에 ‘역동적 복지국가’를 지향한다는 것을 명기하자”며 ‘담대한 진보론을 펴고 나섰다. 정 고문은 최근 공개한 ‘반성문’에서도 “참여정부가 좌회전 깜빡이 켜고 우회전한다는 비판에 직면했을 때에도, 문제 해결을 위해 발 벗고 나서지 못한 것도 현직 대통령과의 갈등이 두렵고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라고 자아비판하기도 했다. 정 전 대표와 박 최고위원은 각각 ‘진정한 진보’와 ‘따뜻한 진보’를 내세우고 있다. 이 전 의원은 “단순하게 일자리나 보육, 노후 정책을 개선하는 진보정책이 아니라 사람중심의 북유럽형 사회통합형 시장경제로의 전환과 필요하다면 조세 제도 개혁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