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어선 대승호 북에 나포된 해역… 대화퇴어장 ‘안전사각’

입력 2010-08-10 00:22

천안함 사태 등으로 남북한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55대승호’가 나포된 동해 대화퇴어장은 어업지도선이 배치되지 않은 ‘안전 사각지대’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9일 농림수산식품부와 해양경찰청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7월 위성항법장치 고장으로 북방한계선(NLL)을 넘은 ‘연안호’가 북한 경비정에 의해 나포된 뒤 대화퇴어장에 있던 어업지도선을 NLL 인근지역으로 이동 배치했다.

대승호가 나포된 당일에도 정부는 한·미 서해합동해상기동훈련에 따른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이유로 NLL 인근 해역에만 어업지도선 무궁화1호를 파견했을 뿐 대화퇴어장에는 어업지도선을 보내지 않았다.

결국 대승호는 정부의 안전 사각지대에서 ‘나홀로 조업’을 하다 북측 경비정에 나포됐다. 사고 당시 대화퇴어장에는 대승호를 포함해 오징어잡이 어선 16척이 조업 중이었다. 정부는 대화퇴어장이 활성화된 1971년부터 매년 오징어잡이철에 어업지도선을 보내 우리 어선의 안전을 관리, 감독했었다.

농식품부 동해어업지도사무소는 지난 8일 오후 6시쯤에서야 울릉도와 독도 해상에서 활동 중인 무궁화32호를 사고 해역에 급파, 제2의 나포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동해어업지도사무소는 동해와 부산 경남 등 일부 남해안 해역을 관할하며 모두 19척의 어업지도선을 운영하고 있다.

경북 포항시는 피랍 선원들의 빠른 송환을 위해 박승호 시장과 가족대표 등으로 ‘55대승호 조기송환 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그러나 정작 정부는 천안함 사태와 우리 군의 해상기동훈련, 북측의 해안포 사격 등 최근 고조된 군사적 긴장 탓에 대승호 문제 해결에 미온적인 분위기다. 지난 8일 해양경찰청이 보도자료를 통해 대승호의 조속한 송환을 촉구했을 뿐 정부는 북측에 공식적인 전통문을 보내지 않았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북측으로부터 이번 사건과 관련해 아무런 통보가 없는 상황”이라며 “우리 측도 북한에 대한 별도의 통지 등 대북조치를 취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는 중국이 이날 대승호에 탄 중국선원 3명에 대해 인도적 대우를 해주도록 북한 측에 요구한 것과 대비된다.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북한 주재 중국대사관은 “피랍된 중국 선원에 대해 인도적으로 잘 대우해줘야 하고 그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한편 중국 측에 이들의 상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입장을 북한 당국에 전달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대승호 나포 의도가 문제 해결의 변수로 보고 있다. 2005년 8월 북한 성진항 동쪽 해상에서 오징어 채낚기 어선인 신영호 등 3척이 북측 EEZ를 넘었다가 단속됐지만 해상에서 간단한 조사를 받은 후 당일 귀환했다.

반면 북측이 의도적으로 대승호를 나포했을 경우 선원 송환 문제가 예상외로 장기화될 수 있다. 박성우 동해어업지도사무소장은 “대승호의 최종 위치는 948해구로 북한 EEZ에서 60마일 이상 떨어졌다”며 “대승호가 북한수역으로 가기 위해서는 4~5시간이 필요한 거리”라면서 북측의 EEZ를 넘었을 가능성을 낮게 봤다.

인천=정창교, 포항=김재산, 동해= 정동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