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정치 경험 적고 국책사업 열의… 김태호·정운찬 닮은꼴

입력 2010-08-09 21:49


이명박 대통령이 세대교체를 위한 포석으로 40대 국무총리를 선택했지만 16세라는 나이 차이를 빼면 정운찬 총리와 김태호 총리 내정자는 비슷한 점이 많다.

우선 두 사람 모두 ‘개천에서 난 용’으로 가난을 이긴 성공 스토리를 갖고 있다. 핵심 국책사업에 대한 열정도 비슷하다. 정 총리가 ‘세종시 총리’였다면 일단 김 내정자는 ‘4대강 사업의 전도사’격이다. 김 내정자는 경남도지사 시절 낙동강 살리기가 꼭 필요하다고 밝혔다. 2008년 8월 정부가 대운하사업 포기를 선언했을 때 “정부가 운하라는 이름 때문에 이를 포기하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말했을 정도다. 각각 교수와 지방자치단체장으로 중앙정치 무대 경험이 적은 점도 공통분모다. 호된 신고식을 치렀던 정 총리만큼이나 김 내정자에게도 인사청문회는 쉽지 않은 통과의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 내정자는 내정 다음날인 9일 오전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인근에 있는 정부청사 창성동 별관으로 첫 출근한 뒤 바로 청문회 준비에 착수했다. 김 내정자는 “이제 야당도 중요한 국정 파트너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당이 단단히 벼르고 있는 인사청문회를 다분히 의식한 발언으로 들린다.

김 내정자의 청문회 이후 행보는 표면적으로 최근의 정 총리와 비슷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하반기 정부의 핵심 어젠다인 친서민과 대·중소기업 상생정책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정 총리가 막판 세종시 등 정치 현안보다 친서민 대책 등 정책에 주안점을 두며 여론의 호의적인 반응을 얻었던 것을 교훈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 정 총리와 김 내정자의 어색한 동거는 오는 11일 정 총리가 이임식을 갖고 총리실을 떠나면서 끝난다. 정 총리는 이날 출입기자들과의 고별 오찬에서 “나이가 적어서 일하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나라의 장래를 생각해서 총리가 누가 되든 도와 달라”며 김 내정자를 거들었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