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속 10㎞ ‘달리는 흉기’… 우주쓰레기 1만5000개 비상

입력 2010-08-09 21:46


버리는 것보다 치우는 게 훨씬 어렵다는 진리는 우주에서도 그대로 적용됐다. 세계 최초 위성인 스푸트니크 1호가 1957년 발사된 이래 여러 나라가 우주개발에 경쟁적으로 뛰어들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골칫덩어리도 생겼다. 우주공간을 떠도는 우주쓰레기 문제다.

특히 2007년과 2008년 중국과 미국이 자국 위성을 폐기하기 위해 미사일을 쏘아 폭파시키면서 대규모 우주쓰레기가 생겼다. 이때 생긴 우주쓰레기는 최근에도 지구 궤도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고 있다.

지난달 24일 모스크바 교외의 국제우주정거장(ISS) 통제소 관계자는 2007년 파괴된 중국 기상관측위성 FY-IC의 잔해물이 위험 범위에 접근했다며 ISS에 머물고 있는 우주인 6명에게 피신을 지시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다행히 이틀 뒤 미 항공우주국(NASA)에선 우주정거장과 우주쓰레기의 거리가 상당히 떨어져 있어 문제될 게 없다고 공지했다.

지난해 2월엔 우주쓰레기로 인해 사상 최초의 우주 교통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러시아 시베리아 상공 790㎞에서 수명을 다해 버려진 러시아 군사용 통신위성 코스모스 2251호가 미국의 상업통신위성 이리듐 33호와 충돌한 것이다.

과학자들은 우주쓰레기로 인해 78년 도널드 케슬러 박사가 주장한 ‘케슬러 신드롬’을 야기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 신드롬은 파편과의 충돌로 인한 폭발 위험 때문에 새로운 우주선 발사가 거의 불가능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우주쓰레기란=NASA가 지난 7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6월 30일 현재 지구 위로 크기 10㎝ 이상의 물체가 1만8000개 이상 떠돌고 있다. 3000개의 인공위성을 뺀다면 1만5000여개가 우주쓰레기인 셈이다. 10㎝ 미만의 미세한 쓰레기까지 합할 경우 그 수는 5만∼6만개로 급증한다.

우주쓰레기는 수명이 다한 인공위성이 폭발하면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인공위성의 경우 태양을 향해 있는 면의 온도가 120도나 되지만 반대쪽은 영하 180도다. 온도 차를 해소하기 위해 인공위성은 빙글빙글 돌면서 냉각수 파이프에 있는 물을 움직여 온도를 골고루 분산시키고 있다. 그러나 인공위성이 수명을 다해 기능을 멈추면 양쪽 면의 극심한 온도차로 깨지거나 남아 있는 추진체가 폭발한다. 우주쓰레기의 40%가량을 차지하는 파편들은 이렇게 생성된다. 여기에 위성발사 과정에서 떨어져 나온 로켓의 상단 동체 부분, 로켓과 인공위성을 분리할 때 발생한 파편이나 페인트 조각 등도 지구 궤도를 돌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크기가 10㎝에 불과하다고 얕보면 안 된다. 놀라운 속도 때문이다. NASA는 우주쓰레기가 총알의 10배나 빠른 초속 10㎞로 날아다닌다고 설명한다. 일반적으로 인공위성은 지구의 중력에 의해 대기권으로 빨려들어가지 않도록 초속 7∼8㎞로 지구 주변을 돈다. 그러나 인공위성이 폭발하면 이때 발생하는 힘을 받아 파편들의 운동속도가 더 빨라지게 된다. 위협적인 우주쓰레기를 피하기 위해 현재 미국의 우주정찰네트워크(SSN)는 크기 10㎝ 이상의 우주쓰레기 약 1만5000개를 정기적으로 추적하고 있다.

문제는 추적하기 어려운 중간크기(1∼10㎝) 입자들이다. 10㎝ 정도 크기의 우주쓰레기는 3만5000㎏의 트럭이 시속 190㎞로 달리는 것과 같은 운동에너지를 갖는다. 파괴력은 다이너마이트 25개를 동시에 터뜨리는 것과 같다. 이 정도면 인공위성이나 ISS를 파괴하기에 충분하다. 2007년엔 태평양 상공에서 칠레항공 소속 여객기가 우주궤도를 이탈해 지구 대기권으로 재진입하던 러시아 위성 잔해와 충돌할 뻔한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우주쓰레기와 전쟁 중=각국 우주기구들은 위성이나 우주왕복선을 띄울 때 우주쓰레기 피해를 입지 않으려고 다양한 노력을 한다.

지난달 8일 미국은 사상 처음 우주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우주기반 위성탐사위성’(SBSS)을 쏘아 올렸다. 이 위성은 지구 주변 관찰 대상 물체의 위치를 파악하고 이동 경로까지 예측해 그 정보를 지구 기지국으로 전송하게 된다.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주요 위성의 궤도를 계산해 사고를 예방하겠다는 노력이다.

우주청소부 개발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영국 서리대 연구팀은 지난 3월 우주를 떠돌아다니는 인공위성 파편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인공위성을 개발했다. 무게 3㎏의 초소형 인공위성인 ‘나노인공위성’은 중력을 활용해 우주파편을 치운다. 이 위성을 내년에 우주로 띄울 예정이다.

하지만 비용 부담이 커 기술 개발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NASA의 자료를 보면 고도 800㎞에 떠 있는 크기 1∼10㎝ 쓰레기를 지상 레이저포로 없애려면 2년간 무려 8000만 달러(약 800억원)가 든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