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은 내가 산다”… 틀 깬 아줌마 드라마 인기

입력 2010-08-09 17:42


SBS 월화드라마 ‘나는 전설이다’(오후 8시50분)가 기존 ‘아줌마 드라마’의 공식을 벗어난 전개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바람을 피우는 남편과 억센 시댁 사람들에게 시달려온 아줌마가 시련을 이겨내고 자신의 길을 찾아간다는 기본 뼈대는 비슷하지만 무게 중심은 다르다. ‘아줌마 드라마’는 남편에 대한 복수나 백마 탄 왕자님과의 사랑을 다루는 게 일반적이지만 ‘나는 전설이다’는 여자들의 우정과 자기 일에 대한 즐거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눈물을 억지로 짜내는 신파극과는 거리가 멀다.

초반 반응은 긍정적이다. 지난 2일 방영된 첫 회는 시청률이 11.4%(AGB닐슨 미디어리서치)로 전작 ‘커피하우스’의 한 자릿수 시청률을 뛰어넘었고 2회도 12.9%로 상승세를 탔다. 지난 8일 재방송 시청률도 7∼8%가 나와 같은 시간 MBC에서 방영된 ‘동이’ 재방송의 시청률을 위협했다.

‘나는 전설이다’는 ‘아줌마 드라마’의 대표적인 흥행 요소인 ‘줌마렐라’가 없다. 오히려 주인공이 신데렐라 자리를 박차고 나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고등학교 때 왕십리 일대를 주름잡던 ‘짱’ 전설희(김정은)는 여상을 졸업한 후 로펌 사환으로 취직한다. 그 곳에서 엘리트 변호사 차지욱(김승수)을 꼬셔 결혼에 골인, 단박에 상류 사회에 입성한다. 하지만 이 ‘신데렐라’는 이중적이고 속물적인 시댁 식구들 사이에서 너무나 불행했다. 결국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하며 청담동 대저택을 뛰쳐나와 졸업 후 놓아버린 기타를 다시 잡는다.

설희 곁을 지켜주는 친구들도 ‘맨발의 청춘’들이다. 영세 기획사 매니저 강수인(장신영), 택시기사 남편과 맞벌이하며 두 아이를 힘겹게 키우는 이화자(홍지민), 고등학생 때 덜컥 임신해버려 인생이 꼬여버린 리틀맘 양아름(쥬니) 등 비주류 인생들이다. 이들은 꿈과 즐거움을 되찾자며 ‘컴백 마돈나밴드’를 결성한다.

하지만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지방 후미진 시장통에서 ‘황홀한 고백’을 부르는 창피를 무릅써야 했고, 멤버들은 틈만 나면 싸우며 갈등에 휩싸인다. 게다가 설희의 남편은 “니까짓 게 뭐냐”며 설희를 협박하기 일쑤고, 수인은 자신이 키워놓은 아이돌 밴드로부터 배신을 당한다.

드라마는 이들의 역경을 유쾌한 톤으로 그려간다. 이혼을 안 해주겠다는 남편을 향해 설희는 울면서 복수를 경고하기보다는 “내 인생은 내가 사는 거니까 상관 마. 그 양복 당신이랑 완전 안 어울려”하고 골을 지른다. 지독한 생활고도 화자 앞에서는 농담의 소재로 승화된다. 출연자들이 직접 부르고 연주하는 공연 장면은 어깨가 들썩여진다.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아줌마 밴드라는 소재는 기존에 다뤄지지 않아 신선하고 흥미롭다”면서 “즐겁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아줌마들의 정체성 찾기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보여줄 수 있느냐가 인기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