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차기 대권 경쟁 몰입할 때 아니다

입력 2010-08-09 20:40

8·8 개각의 부산물로 여권의 차기 대권 경쟁을 둘러싼 논의가 터져 나오고 있다. 세대교체를 앞세운 김태호 총리 후보자의 등장은 기존 대권 후보군에 동요를 불렀다. 특임장관을 맡게 된 이재오 의원의 역할도 주목된다. 당장 친(親)박근혜계 일각에서는 반(反)박근혜 개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집권 후반기를 잘 운영해 보려고 한 개각이 자칫 집권당의 내분을 키우지나 않을지 우려된다.



김 후보자를 두고 벌써 대권 주자들이 노골적으로 경계심을 나타내는 것은 지나치다. 중앙정치 무대에 갓 올라온 신인을 대하는 금도(襟度)가 아니다. 김 후보자의 기개와 식견은 청문회에서 곧 드러날 터다. 또 실무를 통해 능력을 검증받는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지금 대권 경쟁 구도의 변화를 단언하기에는 이르다. 대통령 주위에서도 김 후보자를 대권 구도와 연계시키는 언동은 자제하는 게 옳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이 권력 다툼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2007년 한나라당 경선 전후부터 집권 후 지금까지 내내 끊이지 않은 친이, 친박의 불협화음은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크게 끼쳤다. 화합의 회동이 될 것으로 기대되던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광복절 이후 회동까지 이번 개각의 영향으로 일각에서 무용론이 제기되는 것은 안쓰럽다.

차기 대권을 위해서는 누구라도 당내 경쟁을 피할 수 없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박 전 대표 외에 이미 김문수 경기지사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잠재 경쟁자로 꼽히고 있다. 새로운 경쟁자가 추가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과거 신한국당 시절에는 ‘구룡(九龍)’이 꿈틀댔다. 새 경쟁자가 나타날 때마다 박 전 대표 측이 무슨 음모가 있지 않나 하는 피해의식을 갖는다면 잘못이다. 경쟁자를 인정할 줄 아는 통 넓은 정치를 하는 게 좋다.

한나라당이 대권 경쟁에 열을 올리면 야당도 가만히 있질 않는다. 여당 후보들에 대한 공격에 나서는 한편 야권 후보 경쟁도 달아올라 정치권은 온통 대권 이야기로 넘칠 게 분명하다. 시급히 풀어야 할 국가적 과제들이 앞에 첩첩이 놓여 있는데 벌써부터 2년 후 대선을 따지고 있어서야 나라꼴이 어떻게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