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료봉사자까지 학살한 탈레반 만행

입력 2010-08-09 17:41

아프가니스탄에서 천인공노할 민간인 집단 사살 사건이 발생했다. 사랑의 인술을 펼치고 수도 카불로 돌아가던 구호단체 국제지원단(IAM) 소속 외국인 봉사자 8명과 아프간 통역자 2명이 지난 6일 탈레반에 의해 무참히 살해된 것이다. 아프간 운전사와 보안요원만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았다.



이들은 카불에서 260㎞ 떨어진 마을 공동체의 초청으로 원정 의료봉사를 갔다가 돌아가는 길에 참변을 당했다. 탈레반은 10명을 숲으로 끌고 가 일렬로 세워놓고 총살했다. 탈·불법이 난무하는 전쟁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무자비한 학살이나 다름없다.

희생자 가운데 미국 뉴욕 출신인 톰 리틀은 30여년간 아프간에 살면서 굶주리고 질병에 시달리는 아프간인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의료봉사를 해온 안과의사라는 점에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고국을 떠나 정정이 불안한 아프간에서 봉사활동만 해온 리틀의 안타까운 죽음에 깊은 애도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탈레반은 “이들은 현지어로 번역된 성경과 위성 추적 장치, 탈레반 거점을 표시한 지도 등을 갖고 있었고, 선교활동과 미국 첩자 노릇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제지원단은 “탈레반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다. 우리 조직은 선교활동을 일절 하지 않았다”고 정면 반박했다. 현지인의 요청을 받아들여 인도주의를 실천한 이들을 막무가내로 살해하고도 얼토당토아니한 거짓말을 늘어놓는 탈레반의 주장을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동안 탈레반은 2004년 국경없는의사회 소속 5명을 살해했고, 2008년 국제구호위원회 직원 4명을 총살했다. 또 2007년 분당 샘물교회 성도 23명을 납치해 2명을 죽이고, 21명을 억류 42일 만에 풀어줬다. 최근에는 남편과 시댁의 학대를 피해 달아났다가 남편과 탈레반에게 붙잡혀 코와 귀가 잘린 아프간 여성의 끔찍한 사진이 미국 시사주간 타임 표지에 실리면서 아프간의 남성 폭력과 여성인권 침해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이 쏟아졌다.

아프간인을 상대로 선행을 베푸는 사람들에게까지 잔인하게 총질을 해대는 탈레반의 행위를 국제사회와 함께 강력히 규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