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용산 개발사업 공멸은 피해야
입력 2010-08-09 17:39
총 사업 규모 31조원에 이르는 용산 역세권 개발 사업이 좌초될 위기다. 2007년 삼성물산·국민연금 컨소시엄이 사업을 수주했을 때만 해도 일본 도쿄의 대표적 도심 재개발 사업인 ‘록폰기힐즈’를 능가하는 대역사(大役事)가 벌어지리라고 기대를 모았으나 투자환경의 변화로 투자자 간 갈등이 커진 탓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부동산 경기 침체로 금융권과 건설업계가 몸을 사리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게다가 금융위기 직전에 부풀려진 토지가격 때문에 토지수용 비용이 9조원에 이르러 사업성 확보가 그만큼 어려워진 측면도 있다.
여기에는 개발사업을 잡기만 하면 이익을 내리라 판단한 건설사들과 개발지구 지정 확대를 꾀하여 일거에 주변 지역 재개발을 완료하겠다는 서울시의 야심이 뒤섞여 있다. 이뿐 아니라 9조원가량의 토지대금을 확보해 6조원이 넘는 부채를 단숨에 해결하겠다는 코레일의 계산도 한몫 했다.
사업 운영 주체는 드림허브PFV로 코레일이 지분 25%로 최대주주다. 그 외 SH공사의 지분 4.9%를 제외하면 70.1%가 민간 몫이다. 롯데관광개발 등 6개 전략적 투자자(SI), KB자산운용 등 5개 재무적 투자자(FI), 삼성물산 등 17개 건설투자자가 각각 지분 26.45%, 23.65%, 20%를 갖고 있다.
투자자 간 의견 대립의 핵심은 드림허브PFV가 자산유동화증권을 발행해 마련한 8500억원의 토지대금 이자 비용을 다음달 17일까지 코레일에 납부해야 하는데 그 부담을 누가 지느냐는 점이다. 코레일과 SI, FI는 건설투자자들이 감당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삼성물산은 드림허브PFV의 지분만큼씩 떠안아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재개발 사업에서 건설사들이 자금을 조달해 추진하는 게 관행이나 30개 투자자가 참여하는 초대형 사업에도 같은 관행을 적용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문제 해결은 결국 당사자들 손에 달렸지만 이대로 주저앉는다면 주변 재개발 사업도 혼란은 피할 수 없다. 그 비난은 투자자 모두에게 돌아갈 것이다. 관계자들이 조금씩 양보해 대역사가 순항할 수 있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