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독자권익위원 칼럼] 먹기 좋고 보기도 좋은 밥상을

입력 2010-08-09 21:19


“있는 사실만 담담하게 전달해도 충분한 가치가 있는 기사인데, 지나치게 의미 부여를 해서 과대 포장한 것처럼 보이지 않습니까?” 지난 달 독자권익위에서 한 위원이 ‘교육감 논문 실적 부풀리기’ 기사에 아쉬움을 표했다.

기사의 두 번째 문단에서 “교육감은 각 시·도의 교육 및 학예 업무를 집행하는 ‘교육 대통령’이다…” 등으로 강조한 부분이 ‘옥에 티’라는 지적이었다. 교육감이 중요한 자리임은 분명하지만 시·도마다 있는 교육감을 ‘교육 대통령’이라며 ‘오버’하는 바람에 좋은 기사인데도 과대 포장의 느낌을 주었다는 것이었다. 위원들은 국민일보가 ‘논문 검증’에서 독보적 성과를 쌓아온 것을 칭찬하면서, 동시에 ‘표현’을 더 고민해 줄 것을 바랐다. 딱딱하고 전문적인 용어, 지나치게 힘이 들어간 문장 대신 쉽고 흥미롭게 읽히면서도 논점이 선명한 기사를 쓰자는 것이다.

신문을 만드는 작업은 요리의 과정과 비슷하다. 취재는 신선한 음식 재료를 고루 갖추듯, ‘왜곡되지 않은 사실들’을 충실히 수집하는 과정이다. 또 같은 생선이라도 ‘누가 먹을 것인가’에 따라 회, 매운탕, 튀김 등으로 조리법이 달라지듯 기사를 쓰는 단계에서도 독자의 눈높이에 맞추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갈하고 아름다운 상차림처럼 창의적인 제목과 레이아웃을 통해 독자의 식욕을 돋우는 지면을 만드는 일도 중요하다. 특히 온갖 뉴미디어가 신문을 위협할수록 잘 읽힐 만한 글쓰기와 편집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그래서 선진국 언론들은 내러티브(이야기) 등 새로운 글쓰기를 모색하고, 정보기술과 디자인 전문가를 사내에 두어 온라인과 모바일 시대에 ‘먹힐’ 편집을 실험하고 있다. 국민일보는 어떨까? 창간 때부터 창의적이고 과감한 편집으로 주목받아 왔지만 미래지향적 투자에 대해선 지면에서 실감하기 어렵다. 더 아쉬운 부분은 기사문장이다. 국민일보는 오랜 역사를 가진 다른 신문들에 비해 아직 기사문장에 편차가 크다. 술술 잘 읽히면서도 메시지 전달이 탁월한 기사가 있는가 하면, 애매모호하고 지루한 기사도 있다. 개별 데스크의 역량과 도제식 훈련에 맡길 것이 아니라 ‘상향 평준화’를 위한 체계적 노력이 있으면 좋겠다. 선진국 언론들처럼 스타일 북을 만들고 잘 쓴 기사를 활용해 교육을 하는 것은 어떨까. 국민일보가 차린 ‘먹기 좋고 보기도 좋은 밥상’에 반해 손님들이 문지방 닳게 드나들 수 있도록.

제정임(세명대 교수저널리즘스쿨)

◇본 칼럼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