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 넘은 나이에도 LA 대학가 누비는 김동환 간사 "복음 확신 사라질 때가 은퇴날"

입력 2010-08-09 16:16


[미션라이프] 캠퍼스 선교단체마다 아우성이다. 전도가 안 되고, 수련회 참석 숫자가 줄어들고, 학생들의 헌신도가 갈수록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전략을 짜고, 교재를 바꾸고, 체질도 개선한다. 변할 수 없는 복음을 변화하는 세상 속에 제대로 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28년째 캠퍼스 사역을 하고 있는 김동환(LA 대학생선교회 대표·52) 간사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선교단체들이 지나치게 변화하는 세상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게 김 간사의 주장이다. 정작 중요한 복음은 제쳐둔 채 복음의 도구에만 열정을 쏟고 있다는 것.

“캠퍼스 선교단체의 가장 오래된 정의는 캠퍼스 제자운동단체라는 겁니다. 지상명령은 전도 자체보다는 제자 삼는 게 핵심입니다. 전도가 전도지 뿌리는 것이나 프로젝트, 이벤트로 끝나서는 안됩니다. 반드시 제자 삼는 데까지 나아가야 합니다.”

선교단체 간사 나이 마흔이면 현역 은퇴라는 얘기가 있다. 하지만 쉰을 넘긴 그는 지금도 1주일에 4일간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칼텍) 등 캠퍼스에서 학생들과 보낸다. 지금도 신입생들과 만나 얘기하다 보면 ‘복음으로 변화시킬 수 있겠구나’ 라는 확신이 온다고 한다. 그 확신이 사라지는 때가 그에겐 곧 현역 은퇴의 날이다. 서울대 출신인 김 간사는 “캠퍼스 사역은 학위도, 인물도, 나이도 필요없다.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변화돼 예수님의 제자가 되는 것”이라며 “복음에 미치는 게 너무 재미있어서 지난 30여 년 동안 기쁘게 감당해 왔다”고 밝혔다.

그에겐 사역의 열매도 많다. LA 대학생선교회 부임 이듬해인 1997년에 첫 전임간사를 배출해 지금은 60여명의 간사들과 동역하고 있다. 매 여름 한국CCC 수련회에 참석하는 대학생은 400명이 넘는다. 주로 1.5세와 2세들이다. 그는 “미국 주류사회 속에서 별 볼일 없는 존재지만 복음의 빛이 그들에게 들어가면 미국의 영적 회복과 세계 선교를 위해 누구보다 귀하게 쓰임 받을 자원들”이라고 평했다.

지난해 소천한 김준곤(한국CCC 설립자) 목사는 그가 평생 따르는 스승이다. “목사님은 복음 외에 다른 모든 것을 상대화시키고, 예수 그리스도밖에 전할 게 없다고 믿고 행동하셨습니다. 저는 목사님처럼 이것저것 다 할 수 있는 은사는 없지만 목사님이 캠퍼스에서 했던 4영리 전도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할 뿐입니다.”

선교단체가 깃발을 꽂으면 학생들이 저절로 몰려오던 시대는 이제 끝났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그는 “지금이야말로 약속의 땅에서 영적 전쟁을 통해 하나님 나라를 확보해갈 수 있는 중요한 기회”라며 “메뚜기처럼 작고 볼품없는 존재지만 사람들이 복음의 능력을 믿고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야말로 우리에게 남겨진 도전이고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아내 박정숙 간사는 2년 전 유방암 수술을 받았다. 아내를 돌보느라 그의 몸무게도 25㎏이나 줄었다. 삶의 불순물도 함께 빠져나갔다. 그는 “오래 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하루를 살더라도 잃어버린 영혼을 위해 사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삶의 고통이 더할수록 복음을 위한 열정도 더해가는 그다.

글·사진=국민일보 미션라이프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