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승호 나포] 조기송환 여부 변수…장기 억류땐 ‘최악’
입력 2010-08-09 00:07
천안함 침몰로 남북 관계가 경색된 가운데 8일 발생한 ‘대승호’ 나포사건이 남북관계의 새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대승호의 송환시기 및 방법 등이 향후 남북관계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대승호를 의도적으로 나포한 것이 아니고, 실수로 북측 해역에 들어간 우리 어선을 단속한 것이라면 통상적 조사절차에 이은 조건 없는 조기 송환이 기대된다. 과거 단순사고로 월선했던 2005년 4월의 ‘황만호’와 2006년 12월의 ‘우진호’는 각각 3일, 18일 만에 돌아왔다.
특히 대승호 선원 7명 가운데 중국인이 3명 포함된 것은 조기 송환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북한이 유일한 우방인 중국과 불필요한 외교적 마찰을 빚을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과거 북한이 우리 어선을 장기간 억류할 경우엔 북측지역에서 정탐행위를 했다는 딱지를 붙이곤 했다”며 “중국인을 대상으로 그런 의혹을 제기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북한이 대승호를 조기 송환할 경우 지난달 18일 임진강 댐 방류계획을 우리 측에 미리 통보한 것과 더불어 최소한 남북관계를 더 이상 악화시키지 않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천안함 사태로 남북 간 군사적 긴장도가 높다는 점이다. 대승호가 나포된 이날 우리 해군은 서해에서 북한의 잠수함 공격에 대비한 연합 훈련을 실시했다. 한·미는 또 강력한 대북 추가 금융제재를 추진하며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
때문에 북측이 대승호 송환문제를 장기적으로 끌고 가며 일종의 대남 압박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 과거 북측에 나포된 우리 어선의 조기 송환 여부는 남북간의 긴장도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지난해 7월 발생한 오징어 채낚기 어선 ‘800 연안호’의 경우 북측이 이튿날 나포사실을 알려왔지만 정작 귀환까지 한 달이 걸렸다. 당시 현정은 현대아산 회장의 방북 등으로 남북관계가 풀리면서 송환이 이뤄졌다.
반면 김대중 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6·15 남북 공동선언’을 발표한 2000년에는 월북 어선들이 연이어 조기 송환됐다. 2000년 6월 15일 조업 중 스크루 고장으로 북방한계선(NLL)을 넘어간 ‘결성호’는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다음날 귀환했고, 같은 해 8월 동해에서 위성항법장치(GPS) 고장으로 NLL을 넘었던 ‘송창호’는 나포 3시간 만에 풀려났다.
만약 북한이 중국인 선원은 풀어주고, 우리 선원만 장기간 억류한다면 천안함 사태 이후 경색된 남북관계는 자칫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