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란 딜레마, 신축성 확보에 달렸다
입력 2010-08-08 19:11
정부가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 문제를 놓고 고민을 거듭하는 사이 국내 경제에 이미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이란과 거래하는 수출중소기업 72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6.0%가 미국의 이란제재법 발효 이후 피해를 입었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34.7%는 향후 피해가 예상된다고 답변했다. 이란과 교역을 하고 있는 국내 업체는 2100개에 이르며 연간 교역 규모도 100억 달러에 달한다. 이들 기업의 절반 이상이 벌써 피해를 보고 있으니 대이란 경제 제재가 본격화되면 앞으로 얼마나 더 큰 타격을 받을지 걱정이 앞선다.
대이란 경제 제재 동참은 유엔 회원 국가로서 불가피한 선택이다. 문제는 미국이 요구하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이외의 독자 제재를 어느 선까지 하느냐는 것이다. 이란과 마찬가지로 핵 개발 의혹을 받고 있는 북한에 대해 국제 사회의 압박을 필요로 하는 우리로서는 이란 제재 문제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이란 제재는 한국 정부와 수개월간 이야기해 온 문제”라고 말했다. 시간을 끈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미국의 이란제재법은 대이란 제재에 협조적 국가에 대해서는 중요한 예외를 인정하는 신축성이 있다. 독자 제재의 수위를 최소화하면서도 마지못해 동참하는 게 아니라는 인상을 줌으로써 이란제재법의 예외를 인정받는 외교적 역량이 필요하다. 이란의 보복조치 가능성에 대해서도 면밀하게 대응해 충격을 줄여야 한다. 특히 국내 원유 수입 물량의 9.5%를 차지하는 이란산 원유의 수입 중단 사태는 막아야 한다. 피해 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 방안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