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젊고 힘세진 새 내각이 해야할 일

입력 2010-08-08 19:13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대폭 개각을 단행했다. 김태호 전 경남지사를 국무총리로 발탁하고 이재오 의원을 특임장관에 임명하는 등 장관급 9명을 교체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이 대통령 측근인 이주호, 신재민 차관을 승진시키고 박재완 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을 고용노동부 장관에 기용했다. 요컨대 제3기 내각의 초점은 세대교체와 측근 전진배치라고 볼 수 있다. 집권 후반기의 국정 장악력을 강화하면서 정권 재창출을 위한 의지를 드러냈다.

우선 40대 김태호 총리후보자에 거는 기대가 크다. 농민의 아들로서 농고와 농대를 나와 도의원, 군수, 도지사를 거친 김 총리후보자의 풀뿌리 행정 경험이 정부 조직에 참신한 기풍을 불어넣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대권 후보감으로 거론되어온 정운찬 총리가 세종시 수렁에 빠져 현실정치에서 실패한 전철을 밟지 말고 자신이 지방행정에서 보여준 결단과 추진력으로 구태의연한 정치권에 충격을 주었으면 한다.

7·28 재·보선 승리로 국회에 복귀한 이재오 의원의 특임장관 임명은 이번 개각에서 태풍의 눈이라 할 만하다. 대통령과의 관계, 강한 개성과 친박계의 반응 등을 고려할 때 그가 특임장관으로서 어떤 자세와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정치권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 2년 전 총선에서 당한 패배와 지난 재·보선에서 나홀로 유세로 민심을 되찾은 일을 돌아보라. 실세임을 과시하지 않고 여야 간은 물론 당내의 소통에 진력하는 게 정권을 위하는 길이다.

이주호, 신재민 차관의 승진 기용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교육과 문화 분야는 정권 교체에 따른 혼란을 극심하게 겪고 있다. 자율과 경쟁을 중시하는 현 정부 교육정책의 기초를 설계한 이 장관후보자가 전교조와 좌파 성향 교육감 등의 반대를 극복하고 교육개혁의 소신을 관철할 것인지 주목된다. 신 장관후보자도 문화계의 치열한 이념 갈등, 자리와 정부지원 등을 둘러싼 다툼을 제대로 풀어야 할 것이다. 언론계 출신인 그가 정부대변인 역할을 어떤 스타일로 수행할지도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외교·안보 3개 부처 장관의 유임 의미도 새겨야 한다. 현 정권 들어 발생한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 천안함 폭침 등 북한의 도발 행위에 대해 단호했던 기존 대북정책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 하겠다. 전시작전권 전환 연기와 천안함 사건 공동대응으로 훨씬 단단해진 한·미동맹의 기조를 흔들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외교·안보팀 유임은 적절한 판단이라고 본다.

이 대통령은 유종의 미를 거둔다는 생각으로 안정적인 내각 운영을 할 수 있도록 권한을 대폭 위임해야 한다. 과거 한승수 총리에게 자원외교를, 정운찬 총리에게 세종시를 맡겼던 것처럼 김 총리후보자에게 특정 임무를 부여할 경우 총리의 운신만 제한하게 된다. 이명박 정권의 후반기는 결국 김태호 내각의 성패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