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역세권개발 끝내 무산되나… 인근 부동산 시장 ‘쇼크’ 급매물 속출

입력 2010-08-08 21:33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파국 위기에 몰리면서 인근 지역 부동산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아파트 매매가 끊기고 급매물이 속출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용산 역세권 개발사업이 극적으로 타결되지 않을 경우 시장 전반에 걸쳐 후폭풍이 거세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역 부동산시장 ‘도미노’ 파장 예고=8일 부동산정보업체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용산지역 아파트 매매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지난 6일 현재 아파트 매매가는 3.3㎡당 2566만1000원으로 지난 6월 말(2583만8000원)보다 17만7000원이나 떨어졌다.

올 초에 비하면 하락폭은 더 크다. 이촌동 대우아파트(165㎡)는 이달 초 11억7000만~13억원 선에 거래돼 연초보다 평균 6500만원가량 떨어졌다. 도원동 삼성래미안(108㎡)도 5000만원쯤 하락한 5억~6억3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됐다. 분양시장도 마찬가지. 지난달 평균 42.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던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용산’ 오피스텔은 당첨자 중 상당수가 계약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용산 역세권 개발사업이 무산될 경우 파장이 지역을 넘어 부동산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장은 “사업이 무산되면 개발지역 주변뿐만 아니라 용산 외곽지역으로까지 주택가격 하락세가 ‘도미노’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사업 규모와 사업장 위치 등을 감안할 때 서울 전체 주택시장에도 악영향이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용산 지역의 2008년 공시지가는 사업계획이 발표된 2007년보다 평균 21.9%나 급등했다. 특히 용산 개발사업 권역에 포함된 삼각지 일대의 경우, 3.3㎡당 1억~1억5000만원에 달하고 인근의 대지 지분 가격 역시 4000만~6000만원으로 뛴 상태다. 이 때문에 개발계획을 믿고 주택과 땅을 산 투자자들의 피해도 우려된다.

◇“사실상 무산”vs“협상여지 남아”=사상 최대 도시개발사업으로 꼽히는 용산 역세권 개발사업의 특성상 사업 정상화 여부에 대한 의견도 엇갈린다. 땅주인인 코레일 측은 오는 20일 이후 건설 투자사들과 계약 해지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또 출자사들이 납부하지 않고 있는 토지매매 중도금 등에 대한 납부이행 청구소송 등을 제기한다는 기존 입장도 재확인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사업이 사실상 무산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전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 역시 위축될 수밖에 없다. 한 중견 건설사 임원은 “이미 많은 업체들이 PF사업 자금조달을 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며 “만약 용산 역세권 개발사업이 무산되면 PF사업 자체에 대한 진출을 접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추가협상과 조율의 여지는 아직 남아 있다. 용산 역세권 개발사업 출자사인 드림허브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드림허브 PFV) 측이 지난해 말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을 통해 조달한 8500억원의 토지대금 이자비용 납부 시한이 다음달 17일로 아직 한 달 남짓 여유가 있기 때문. 이 기한까지 코레일 측과 투자자들 간에 합의점을 찾으면 사업이 정상궤도에 진입할 수 있다. 반대로 이때까지 이자 비용을 내지 못하면 채무불이행으로 사업은 최종 파국을 맞을 수밖에 없다.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사업이 무산될 경우 공기업과 대기업,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주민들에까지 미치게 될 파장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사업을 중단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코레일과 컨소시엄 대표격인 삼성물산 측도 “남은 시한까지 협상과 조율은 이어지지 않겠느냐”며 극적 타결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