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 개각] 여의도 복귀 11일만에 특임장관 내정된 이재오…‘MB분신’ 역할 할 듯
입력 2010-08-08 21:19
7·28 서울 은평을 재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지 겨우 10여일이 지났다. 아직 국회의원 선서도 하지 않은 상태다. 8일에도 그는 지역구 교회에 나가 인사하고 예배를 드렸다. 그러던 중 이명박 대통령이 그를 특임장관에 발탁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재오 내정자 얘기다. 이 내정자는 “현 정부 하에서 영광스러운 자리 같으면 마다할 수 있지만 고난이 예고된 자리는 피할 길이 없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내정자로선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 “지역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했던 그였기에 지역에서 좋지 않은 반응이 나올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측근도 “그런 점이 걱정”이라고 했다. 그의 특임장관 내정에 대통령의 적극적인 의지가 반영됐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내정자는 “대통령이 하자면 따라가야지, 못하겠다고 말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비난받을 수 있음을 예상했지만 정권에 대한 무한책임을 가진 2인자로서의 역할을 외면할 수 없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 내정자는 그동안 ‘정권 실세’ 혹은 ‘친이명박계 좌장’으로 불렸다. 그러나 앞으로는 내각에서 이 대통령의 분신(分身)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집권 후반기의 성공적 운영과 차기 정권 재창출을 위한 초석 다지기 작업에 본격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이 직접 챙기기 힘든 현안은 모두 그의 손을 거칠 가능성이 높다.
4대강 사업 등 현안이 된 사업 추진은 물론 당·정·청 소통, 공직사회 쇄신, 개헌 및 권력구조 개편, 보수대연합, 남북관계 개선 등 주요 정국 이슈에 관해 이 내정자는 대통령과 수시로 대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대통령과의 대화를 통해 내린 결론을 실행에 옮기는 임무도 그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내정자는 30여년간 민주화 운동을 하면서 5차례에 걸쳐 10여년간 옥고를 치른 재야 출신 인사로 현 정부 탄생의 1등 공신이다.
이 대통령과는 1964년 한·일회담 반대시위를 주도하다 첫 인연을 맺었고, 15대 국회에 나란히 입성하면서 정치적 동지로 발전했다. 이 대통령이 2002년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했을 때 선대위원장을 맡았고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과 본선 때 캠프 좌장을 맡아 선거운동을 진두지휘했다.
하지만 2008년 4·9 총선에서 낙선하면서 10개월간 미국생활을 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국민권익위원장을 맡으면서 서민의 고충 해결사로 변신했고, 지난달 28일 치러진 재선거에서 ‘나홀로 선거운동’을 한 끝에 여의도에 복귀했다.
정승훈 유성열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