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라운지] 중국의 ‘휴가 정치’
입력 2010-08-08 19:00
지금 중국에선 고위 정치지도자들의 집단 ‘휴가정치’가 한창이다.
중국 베이징 동쪽으로 약 200㎞ 정도 떨어진 보하이(渤海)만의 휴양지 베이다이허(北戴河)에 온통 이목이 쏠려 있다. 지난달 26일부터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우방궈(吳邦國)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임위원장,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등 중국 권력서열 1∼9위인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 등 전직 고위 정치인들은 물론 지방의 당 서기, 성장 등도 자리를 함께했다.
집단지도체제에 걸맞게 중국에서는 해마다 주요 정치지도자들이 이곳에서 함께 휴가를 보내면서 국가 대사를 논의한다. ‘여름휴가를 베이다이허로 갔다’는 건 그 사람의 정치적 역량과 위상을 가늠하는 중요 잣대이기도 하다.
‘베이다이허 회의’는 2주간 계속되며, 국가 주요 현안에 대해 많은 의견을 교환한다. 베이징에서 오는 10월 열리는 제17차 당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17기5중전회)의 사전조율 성격도 있다. 17기5중전회의 최대 현안인 시진핑(習近平) 국가 부주석의 중앙군사위 부주석 선출문제도 핵심 현안으로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든 논의 내용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 확인되진 않지만 사실상 이후 국정방향이 결정된다. 그런 만큼 모인 고위 정치인들에겐 이 기간이 가장 중요한 순간이 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진 베이다이허 회의가 열릴 때면 정부 부처나 지방 공무원들은 오히려 더 바빴다. 사무실을 그쪽으로 옮겨 근무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정부부처나 지방정부 관계자들도 이번엔 따로 휴가 간 경우가 많다. 공무원 후생복지 차원에서 하위 공무원들을 대동하거나 회의를 위한 자료준비 등을 시키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베이다이허 회의 분위기가 여름휴가 분위기일 순 없다. 고위 정치인들은 함께 웃으며 휴가를 보내지만 권력을 향한 치열한 물밑 경쟁은 계속된다. 주요 사안에 대한 계파 간 수 싸움은 기본이고, 차기나 차차기를 노리는 많은 젊은 정치지도자들에겐 계파 지도자에게 눈도장을 찍을 수 있는 시간이다.
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