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쉬기 힘들어” 모스크바 떠나는 외교관들

입력 2010-08-08 21:28

서방 외교관들이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를 떠나고 있다. 연일 계속되는 불볕더위에다 산불로 야기된 최악의 대기오염을 피해서다.

오스트리아, 폴란드, 캐나다 정부는 필수 요원을 제외한 모스크바 주재 대사관의 직원과 가족들에게 철수 명령을 내렸다고 8일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이 보도했다. 또 독일 정부는 별도 공지가 있을 때까지 러시아 주재 자국 대사관을 폐쇄키로 했다. 미국, 영국, 프랑스 정부는 자국민들에게 여행 자제를 권고했다.

인구 1000만명에 이르는 모스크바 시민 중 일부도 도시를 떠나기 시작했다고 미 CNN방송이 보도했다. 역이나 공항은 모스크바를 벗어나려는 시민들로 북적이고, 해외 여행 상품은 이미 동이 났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탈출 행렬은 최근 12일 동안 계속되는 산불과 40도가 넘는 불볕더위 속에 수많은 오염물질이 혼합된 스모그 영향이 크다. 지난 7일 모스크바의 일산화탄소 오염도는 허용치의 무려 6.5배를 넘어섰다. 특히 대기 중 유독성 물질 농도는 평소의 9배나 됐다고 한다. 올 들어 최악의 대기오염 상태를 보인 날로 기록됐다. 러시아 축구리그 경기들도 연기됐다.

CNN은 스모그가 여전히 모스크바 전역을 두껍게 감싸고 있다고 전했다. 모스크바 시민들은 마스크를 쓴 채 외출하고 있고, 창문을 닫은 채 생활하고 있는 형편이다.

한편 러시아 군 당국은 산불로부터 핵 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군인들을 동원, 수로를 팠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군 당국은 모스크바 동쪽 약 350㎞ 지점에 있는 사로프 핵시설을 지키기 위해 숲으로 둘러싸인 핵시설 인근에 길이 8㎞의 수로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를 대비한 사전 조치로 모든 폭발 위험 물질과 방사능 물질을 안전한 곳으로 옮긴 상태다. 사로프 핵시설은 1949년 옛 소련이 최초 핵폭탄을 제조한 곳으로, 여전히 러시아의 주요 핵무기 설계와 제조 장소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산불로 인해 모스크바에서만 52명이 사망했고, 4000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