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이자는 ‘찔끔’ 대출이자는 ‘왕창’… 은행 ‘얌체 상혼’ 언제 고치나

입력 2010-08-08 21:31


지난달 9일 한국은행은 17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올렸다. 한은이 이처럼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돈값’을 올리면 장단기 금리 등 모든 시장금리도 인상 압력을 받게 된다. 그러면 한은 기준금리가 오른 지 한 달이 된 현재 시중은행들은 예금금리와 대출금리를 어느 정도씩 조정했을까.

결과는 ‘역시…’였다. 예금자에게 지급하는 예금금리는 찔끔 올리는 대신 은행 수익으로 직결되는 대출금리는 큰 폭으로 올리는 시중은행의 행태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일부 은행은 기준금리가 오른 뒤 오히려 예금금리를 내리기도 했다.

8일 4대 시중은행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은행의 금리 동향 자료에 따르면 이들 은행은 지난달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후 일제히 대출금리를 올렸다.

KB국민은행의 주택담보대출금리는 기준금리 인상 전인 7월 5일 4.21∼5.51%였다. 이 대출금리는 지난달 19일 4.38∼5.68%로 최저와 최고치가 각각 0.17% 포인트씩 오른 뒤 이달 2일 현재까지 이어졌다. 다른 은행들도 기준금리 인상 전과 비교해 대출금리를 평균 0.12∼0.17% 포인트씩 올렸다.

반면 예금금리 인상에는 인색했다. 국민과 신한은행의 일부 주요상품은 기준금리 인상 직후 예금금리가 올랐다가 7월 말 이후에는 오히려 하락추세를 보이고 있다. 4대 은행 중 기준금리 인상 이후 8월 초까지 예금금리를 올린 곳은 하나은행뿐이다.

국민은행은 국민수퍼정기예금 금리를 6월 28일 최고 3.80%에서 금리인상 직후인 7월 12일 3.85%까지 올렸다. 하지만 7월 26일 이후 2일 현재까지 예금금리를 3.75%로 슬그머니 내렸다.

신한은행도 7월 8일 3.68%이던 1년제 민트정기예금 금리를 7월 15일 3.80%까지 올렸지만 7월 22일 3.74%, 8월 5일 3.68%로 내렸다. 예금금리가 한 달 전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다. 금리인상 전인 7월 1일(3.87%)과 비교하면 되레 내려간 셈이다. 우리은행의 정기예금(키위정기예금) 금리는 최고 3.95%로 7월 1일 이후 변동이 없다. 국내 전체 은행으로 볼 때도 기준금리 인상 후 예금금리보다 대출금리 인상 폭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들 은행 관계자들은 “기준금리 인상 직전이나 직후가 아닌 4월을 기준으로 할 경우 예금금리 인상 폭이 대출금리 인상 폭을 상회한다”고 해명했다. 예금금리는 꾸준히 올린 반면 대출금리는 올 들어 6월까지 계속 내려가다 7월에 기준금리 인상 요인으로 올랐기 때문에 특정시기에 같은 잣대로 비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은행의 예금은행 가중평균 수신·대출금리 추이를 보면 수신금리의 경우 지난 4∼5월 2.89%에서 6월에 3.00%로 올랐지만 대출금리는 같은 기간 5.49%, 5.40%, 5.32%로 계속 하락했다.

하지만 기준금리가 인상됐는데도 예금금리 인상에 인색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은 관계자는 “가뜩이나 가계 빚이 많은 상황에서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고통이 최소화되려면 예금금리 인상 폭도 커야 한다”며 “최소한 기준금리 인상 폭 이상은 예금금리가 올라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