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카드’ 잇단 분사… 업계 지각변동 예고
입력 2010-08-08 18:35
금융권에 카드업계 진출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KB금융지주가 KB카드 분사를 선언하면서 다른 금융지주나 은행들도 앞다퉈 카드부문 분사를 모색 중이다. 카드업계는 치열한 영역 다툼을 우려하며 잔뜩 긴장하는 분위기다.
포문은 KB금융지주가 열었다. 어윤대 회장은 지난 2일 “국민은행 내 KB카드를 따로 떼어내겠다”고 밝혔다. KB금융은 자체 실사와 금융당국의 승인을 거쳐 내년 2월쯤 KB카드를 설립한다는 계획안도 내놨다.
우리금융지주 이팔성 회장은 얼마 전 연말 내 카드부문 분사 방침을 내비친 바 있다. 이 회장이 의지를 밝힌 만큼 조만간 카드 분사가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 많다. 농협은 지난해 독자 브랜드인 ‘NH채움 카드’를 출시해 카드사업부문 분사 가능성을 높였고, 산업은행도 신용카드업 진출을 다각도로 논의 중이다.
하나금융지주는 한발 먼저 카드업계에 진출했다. 지난해 11월 하나은행에서 카드를 떼어내 SK텔레콤과 제휴를 맺고 하나SK카드를 만들었다. 분사 후 회원수는 약 20만명 정도가 늘어났다.
최근 KT가 우리은행으로부터 비씨카드 지분 20%를 사들인 것도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하나SK카드처럼 비씨카드의 영업망과 KT의 통신망이 결합해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다. 우정사업본부도 6월 전국 우체국 네트워크를 활용해 카드업에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금융권이 카드부문 분사 및 업계 진출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신용카드사를 ‘캐시 카우(현금창출원)’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발 빠른 마케팅을 통해 수익 창출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신한카드는 지난해 금융위기에도 연간 8568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신한은행(7489억원)을 앞지르며 신한금융지주 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카드업계는 향후 ‘지각변동’이 일어나지 않을까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8일 “특히 KB카드가 분사할 경우 전국 국민은행 점포망을 활용한 공격적인 영업을 펼쳐 카드업계 2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2분기 기준 시장점유율(개인신용판매 기준)은 신한카드가 24.8%로 1위이다. 그 뒤를 현대카드(15.4%), KB카드(13.4%), 삼성카드(12.7%) 등이 쫓고 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